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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학의 부실 수사는 네 탓” 뒤늦게 치고받는 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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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담당 검사 “경찰 자료에 피해자 신원ㆍ동영상 촬영 시점 없어”

경찰은 “관련수사 충분히 해서 모든 자료 검찰에 넘겨” 반박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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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의 대치가 격화하고 있다. 앞서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경찰이 당시 3만건의 디지털 자료를 누락했다고 지적하면서 시작된 신경전은 2013년 초동 수사과정을 둘러싼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김학의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20일 당시 경찰의 수사가 허점 투성이였다고 공격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는 2013년 7월 경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특수강간 혐의 사건을 송치하면서 제출한 증거자료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그는 “김 전 차관이 등장했다는 문제의 동영상 촬영시점을 특정하지 못했고, 동영상에 등장한 피해 여성에 대한 신원 정보도 없어 공소 유지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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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김학의 사건 처리 둘러싼 검ㆍ경 엇갈린 주장-박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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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보한 수사 기초 자료를 대검 포렌식 센터에 보내 분석했지만 증거 능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전언이다. 포렌식을 통해 “우리가 돈 받고 한(성관계) 건데 나중에 문제되지 않을까”라는 피해 여성들의 통화 내용이 복원됐으며 자체 복원한 피해여성들과 윤씨와의 문자 메시지에서는 부적절한 성관계로 보기 어려운 대화 내용이 추가로 나왔다고 한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은 사안의 핵심인 성폭력과 상충되는 증거를 제출하지 않다가 검찰의 요구에 마지못해 넘겨줬다”고 전했다. 때문에 검찰은 4개월에 걸쳐 피해여성의 지인 등 64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상 원점에서 재차 수사를 벌였지만 혐의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했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주장이다.

반면 경찰은 피해여성들을 상대로 한 일부 수사내용이 누락된 채 사건이 송치된 데 대해 “일부러 감추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은폐ㆍ누락이 있었다면 검찰이 가만 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특수강간 사건의 증거는 동영상이 아니라 피해 여성의 진술이고, 그와 관련된 수사는 충분히 했고 모든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경찰은 “검찰이 윤씨 등 관련자들에 대한 통신조회ㆍ압수수색ㆍ체포영장 등을 잇따라 기각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도 세 번이나 신청한 뒤에 받아들이는 등 수사를 사실상 방해했다”고 반격했다.

검찰과 경찰이 의견을 달리 하지 않는 대목은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는 점 하나 밖에 없다.최초 휴대폰으로 촬영된 동영상 파일이 CD로 두 차례 복사됐고 피해 여성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도 검경의 의견은 다르지 않다.

검경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상, 김 전 차관 사건의 진실 규명은 검찰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조사단은 금명간 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들을 직접 불러 외압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동시에 이른바 ‘윤중천 리스트’에 등장하는 검사장급 전직 검찰 간부와 병원장, 군 장성 등에 대한 별도 조사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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