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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승차거부 없는 한국판 우버택시 시동… 카풀 갈등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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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ㆍ카카오, 플랫폼택시 ‘웨이고 블루ㆍ레이디’ 서비스 출시

앱 통해 택시 호출하면 자동 배차… ‘택시업계+IT기업’ 상생 실험
한국일보

20일 서울 성동구 피어59스튜디오에서 열린 '웨이고 블루 with 카카오 T' 출시 간담회에서 김현미(뒷좌석 탄 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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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골라 태우기’가 불가능한 택시와 영ㆍ유아 카시트를 갖춘 ‘여성 전용’ 택시가 도로를 달리게 된다. 택시와 정보기술(IT) 서비스가 결합한 ‘한국판 우버 택시’가 택시업계 고질병인 승차거부와 사납금 문제를 해결할 거란 기대가 적지 않다. 다만 새로운 택시 출현의 배경이 된 ‘카풀(승차공유) 갈등’까지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

타고솔루션즈는 20일 서울 성수동 피어59 스튜디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 모빌리티 플랫폼과 택시가 결합한 신개념 택시 서비스인 ‘웨이고 블루’와 ‘웨이고 레이디’를 이날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타고솔루션즈는 서울과 성남지역의 50개 택시회사가 만든 택시운송가맹사업체로, 4,516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웨이고 블루와 레이디는 택시 사업자와 IT기업이 협력하는 첫 상생사례다. 플랫폼 회사인 카카오 모빌리티가 투자 및 플랫폼 기술 지원 등에 참여해 기존 택시와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선 웨이고 블루는 택시기사에게 목적지가 표시되지 않는 ‘자동 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승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면 주변 가장 가까운 차량에 무조건 배차 돼 승차거부가 없다. 또 불친절과 난폭운전, 과속운전, 말걸기가 없는 ‘4무(無) 서비스’를 내세웠다. 공기청정기, 휴대폰 무료충전, 고객이 원하는 음악 재생 등의 각종 편의도 제공한다. 웨이고 블루는 이날부터 서울 지역에서 80여대가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다음달 정식 서비스로 전환된다. 타고솔루션즈는 연내 4,000대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이 ‘카카오T’ 앱을 설치ㆍ실행하고, 택시 호출 화면에서 목적지를 입력한 뒤 택시 서비스 종류에서 ‘웨이고 블루’를 선택하면 근처에 있는 웨이고 블루 택시에 호출이 접수된다. 이용료는 현행 택시요금 체계(기본요금 3,800원)와 같고, 여기에 호출비 3,000원이 추가된다. 향후 수요가 많은 시간에는 호출비가 더 비싸지고, 수요가 적으면 저렴해지는 탄력 요금제를 적용할 방침이다. 호출비 절반은 기사에게, 나머지는 타고솔루션즈와 카카오 등 업체 측에 돌아간다.

이날부터 20대 규모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하는 웨이고 레이디는 여성기사가 운행하는 여성전용 사전예약 택시로, 여성 승객만 이용할 수 있다. 단 초등학생 남자 아이는 동승이 가능하며 카시트도 갖추고 있다. 웨이고 레이디도 올해 안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타고솔루션즈는 택시기사의 불친절과 승객 골라 태우기 원인으로 꼽혀 온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완전 월급제를 도입했다. 월급은 주 52시간 기준 약 260만원으로 운행실적에 따라 성과급도 지급한다. 또 향후 △동물 합승이 가능한 웨이고 펫 △공항 운행 전용 웨이고 에어 △회사 대여용 웨이고 비즈니스 △교통약자용 웨이고 케어 등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웨이고 택시의 특징_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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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갈등 해소 계기될까

웨이고 블루ㆍ레이디는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카풀 서비스를 둘러싸고 대립을 이어가다 지난 7일 극적 타협을 이룬 뒤 처음 등장한 ‘플랫폼 택시’다. 당시 합의에서 정부는 향후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웨이고 블루ㆍ레이디는 사회적 대타협기구 발족 이전부터 별도로 추진돼 당시 합의의 직접 결과물은 아니지만 향후 흥행 여부에 따라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의 형태와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직접 탑승 체험을 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웨이고 택시가 택시와 플랫폼 결합을 통해 새로운 승차 문화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상 국토부 신교통서비스과장은 “이번에 출시된 플랫폼 택시는 기존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규제 혁신형 플랫폼 택시도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규제 정비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웨이고 택시가 현재의 카풀 갈등을 해소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카풀 갈등은 기존 택시업계의 파이를 IT업계 등이 빼앗으면서 생긴 것인데, 이번 서비스는 새 파이를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의 제로섬게임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서비스의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의미에선 바람직하지만 카풀 논란의 핵심 중 하나인 합승도 허용되지 않는 등 공유경제를 위한 새로운 혁신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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