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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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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그림자, 5년 뒤엔 치매환자 10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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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2017년 70만명, 전년비 4만명 증가… 어르신 치매 첫 10% 넘어

치매 관리에 국가예산 年 14조6000억 들어 GDP의 0.8% 차지

서울 강동구에 사는 윤이정(가명·82) 할머니는 그 일대에 20억원 넘는 자산과 주택, 토지를 보유한 자산가다. 미혼으로 평생을 혼자 살았지만, 조카·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지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백화점에서 몇십만원짜리 점퍼를 직접 사놓고도, 카드 결제 날이 되면 '이 돈이 왜 나왔지' 싶은 일이 생겼다. "난 산 적이 없다"고 우기다가 카드사에서 독촉장을 받는 일도 있었다. 돈이 자꾸 없어져서 찾아보면, 100만원 넘는 돈다발이 세탁기에서 나왔다. "치매 아니다"라고 버티던 윤 할머니는, 성당 신부님의 권유로 치매 검진을 받았다. 알츠하이머 병, 치매가 맞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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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할머니 같은 치매 노인이 국내에서 2017년 말 기준 70만명을 넘어섰다. 중앙치매센터가 20일 발간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18'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치매 환자 수는 70만5473명으로 조사됐다. 전년도 같은 조사(66만1707명)보다 4만명이 넘게 늘었다. 전문가들은 "치매도 결국 노인병(나이가 들어 생기는 병)의 일환이라,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 환자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국, 미국 등 보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긴장해야 하는 수치임에는 분명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치매 유병률은 10%다. 직전 조사의 경우 유병률이 9.8%였는데,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환자의 3분의 1 정도가 치매로 전환되는 경도인지장애(가벼운 인지장애)의 경우 환자 수가 206만명으로 파악됐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 환자 수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센터는 치매 환자가 2024년 100만명,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은 "치매는 한번 걸리면 오래가는 병이라 유병률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며 "예전엔 치매에 걸려도 생존하는 기간이 길지 않았는데,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 숫자가 계속 누적해서 올라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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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경남 의령군·남해군, 전남 곡성군 등은 유병률이 13%에 육박했다. 노인 인구가 많거나 초고령자가 많은 지역들이다. 김 센터장은 "전체 노인 인구 비율이 같다고 쳐도, 80세 이상 초고령자가 많은 지역은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고 했다.

국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간병비·보조 물품 구입비 등 연간 약 14조6000억원을 쓰고 있다. GDP의 약 0.8%다. 65세 이상 치매 환자 전체 연 진료비만 약 2조3000억원이 든다.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진료비는 약 344만원, 연간 관리 비용으로는 약 2074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기 발견율(치매 확진 환자 중 경미한 단계에서 일찍 진단받은 사람의 비율)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컸다. 1위인 충남의 경우 조기 발견율이 91%였지만, 꼴찌인 광주의 경우 46.7%만 치매를 조기 발견했다. 서울 아산병원 이재홍 신경과 교수는 "예전에는 대학병원에 정말 심각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엔 경도 인지장애나 가벼운 건망증에도 찾아와 '나 치매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나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서 지금 60대에 진입한 노인들은 이전 세대보다 치매 유병률이 낮았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도 교육 수준이 올라가고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치매 환자 수가 줄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치매도 어떤 의미에서 생활습관병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환자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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