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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장도 많지 않은데… 안성, 미세먼지 1위 오명 왜 뒤집어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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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한번꼴 '나쁨·매우 나쁨'

평택항에서 서풍 타고 와 쌓이고 충남지역 석탄火電에서도 날아와 동쪽 차령산맥에 막혀 못빠져나가

20일 오전 경기도 안성 하늘은 뿌옇고 탁했다. 오전 한때 안성시 초미세 먼지 농도는 '매우 나쁨'(75㎍/㎥ 초과)을 훌쩍 웃도는 93㎍/㎥까지 올라갔다.

초등학교 앞에서 손자 하교를 기다리던 김기순(68·가명)씨는 "예전엔 공기가 뿌연 것을 안개로 생각했는데 최근에야 미세 먼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안성 시내 곳곳에 설치된 미세 먼지 안내판은 '미세 먼지 '심각'·PM2.5 90㎍/㎥'이라고 알리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무심히 지나쳤다.

◇안성, 미세 먼지 농도 국내 1위

안성시는 우리나라에서 미세 먼지가 가장 심한 곳이다. 글로벌 대기오염 조사 기관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안성은 지난해 연평균 초미세 먼지 농도가 30.4㎍/㎥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서울 평균 농도(23㎍/㎥)보다 7㎍/㎥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도시 중에 13위에 올랐다. 안성 시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보다 인구도 적고 평택보다 공장 단지도 적은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주민 이모(29)씨는 "평소 목이 칼칼하고 눈이 따끔거렸는데 내가 괜히 민감한 건 아니었구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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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도 안성시 연지동에 있는 안내판이 미세 먼지 농도 115㎍/㎥을 나타나고 있다. 안성시 초미세 먼지 농도는 지난해 평균 30.4㎍/㎥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았다.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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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서도 안성시는 수도권 시군구 중 미세 먼지가 가장 나쁜 곳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안성에서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이거나 '매우 나쁨'인 날은 120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사흘에 한 번꼴로 미세 먼지로 뿌연 하늘을 봐온 셈이다. 안성과 인접한 평택(115일), 오산(107일), 이천(102일), 여주(101일)가 그 뒤를 따르면서 '고농도 미세 먼지 벨트'를 형성했다.

◇평택항 미세 먼지 모이는 지형 탓?

왜 안성이 유독 미세 먼지가 심할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평택시 평택항이 꼽힌다. 평택항은 이달 초 일주일간 최악의 고농도 미세 먼지가 왔을 때 일평균 농도가 112~137㎍/㎥을 보이는 등 미세 먼지 농도가 눈에 띄게 높은 곳 중 하나였다. 대형 선박과 화물 차량에서 내뿜는 미세 먼지, 항구에 쌓인 적체 물품에서 날리는 미세 먼지가 상당한데, 이것들이 서풍을 타고 안성까지 닿는다는 것이다.

안성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밀집한 충남 지역과도 가깝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 기준 발전소에서 나오는 초미세 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14% 정도로 사업장(40%), 건설기계(16%)에 이어 셋째로 큰 오염원이다. 발전소가 위치한 충남보다도 경기 남부 지역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쁜 것에 대해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미세 먼지는 워낙 입자가 작아 멀리 날아가는 특성이 있다"며 "발전소 굴뚝은 높이 솟아 있어 미세 먼지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간다"고 말했다.

지리적 특성도 이유로 꼽힌다. 안성은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으로, 평택·충남과 인접한 서쪽으로는 뻥 뚫려 있는 반면 동쪽으로는 차령산맥(고도 600m)이 솟아 있다. 안성시 관계자는 "평택보다 산업단지가 적고 발전소도 없는데 미세 먼지 농도가 짙은 이유는 지형 때문으로 보고 있다"며 "중국이나 평택항에서 나온 미세 먼지가 서풍을 타고 오다가 차령산맥을 넘지 못하고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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