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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태극마크 붙이고… 시리아서 IS와 싸운 한국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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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금지 지역서 쿠르드 민병대 소속으로 3년여간 소탕작전

국정원, 지난달 말 귀국 확인… 출국 못하게 여권 회수 나서

극단주의 무장 단체 IS(이슬람국가)와 전쟁을 벌여온 시리아 쿠르드족의 민병대 '인민수비대'(YPG) 소속으로 3년여간 전투를 치러온 한국인이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한국인의 존재를 확인한 관계 당국은 지난달 말 그가 한국에 들어오자 재출국을 막기 위해 지난 13일 여권 반납을 명령했다.

20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인민수비대 소속 한국인 강모(32)씨는 지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터키와 인접한 시리아 북부 국경 지역에서 인민수비대 소속으로 IS와 전투를 치러 왔다. 주로 신병을 교육하고, 전투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수비대는 지난 4년간 IS에 맞서 싸우며 IS 소탕의 최대 공신으로 꼽히는 군사 단체다. 그간 미국의 지상군 역할을 해오며 대원 수만 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시리아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의 유튜브 홍보영상에서 왼팔에 태극마크를 붙인 한국인 강모(왼쪽)씨가 총을 들고 있다. 인민수비대는 극단주의 무장 단체 IS(이슬람국가) 소탕에 앞장서 왔다. /유튜브


본지가 사진·영상으로 확인한 강씨는 상의 왼팔 부분에 태극 마크를 붙이고 전투에 참여했다. 인민수비대가 운영하는 트위터엔 지난 2월 "3명의 외국인 자원 전투원이 IS와의 전투에 참여하고 있고, 한 전투원은 한국 국기 패치를 옷에 부착했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이들을 소개하는 아랍어로 된 영상이 올라왔다. 7분 23초 분량인 영상 끝부분에는 한국산 트럭 옆에서 총을 든 채 다른 전투원들과 얘기를 나누는 강씨 모습이 등장한다. 영상 속 강씨는 국방색 비니 모자를 쓰고 있고, 검은색 야상 점퍼를 입었다. 이 점퍼 왼쪽 팔 부분에는 태극 마크가 부착돼 있다. 강씨는 국방색 군용 배낭을 멨다.

시리아는 여행 금지 지역으로 지정돼 한국인이 갈 수 없는 곳이다. 강씨가 어떤 루트로 시리아에 들어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말 강씨의 귀국 사실을 확인한 국가정보원은 최근 외교부에 강씨가 여권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시리아 등지로 재출국할 경우 강씨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고, IS와의 전투 중에 피랍(被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강씨가 시리아로 다시 가면 위험할 수 있어 관련 법령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장관은 여권법에 따라 출국했을 때 테러 등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국민에 대해 여권 반납을 명령할 수 있다. 외교부는 지난주 급히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동의를 얻어 여권 반납을 결정해 강씨에게 통지했다. 이번 주 '여권 반납 명령서'를 전달받은 강씨는 15일 이내에 여권을 반납해야 한다. 반납하지 않으면 강씨 여권은 무효 처리된다. 관계 당국이 'IS 가담 우려'가 아닌, 인민수비대 참가로 인한 안전 문제로 여권 반납을 명령한 사례는 강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 체류 중인 강씨에게 여권을 반납하라고 수차례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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