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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일사일언] 페스티벌과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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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정욱재 뮤지션·환경활동가


2000년대 들어 한국에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하나둘 생겨났다. 주로 록 페스티벌이었다가 재즈, 일렉트릭 댄스 뮤직(EDM) 등 다양한 장르로 확산됐다. 그중 한 페스티벌이 끝난 뒤 우연히 목격한 거대한 쓰레기 산이 나를 환경활동가로 만들었다.

수만명 인파가 몰리는 대형 음악페스티벌은 쓰레기 문제로 애를 먹는다. 축제 분위기에 맞춰 관객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음식과 주류를 소비하니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순식간에 발생한다. 들썩이는 축제의 현장에서 분리 수거를 기대하기란 매우 어렵다. 쓰레기 문제는 비용은 물론 페스티벌의 이미지로도 직결된다.

음악 페스티벌 자문위원이 되어 10여 년간 쓰레기 저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직접 현장의 쓰레기를 줍기도 해보고 뮤지션들과 함께 캠페인과 홍보 영상을 제작해 보기도 했다. 축제 현장에 입점하는 요식 업체에 과도한 포장을 줄여달라는 내용의 사전 협의도 하고, 관객들의 텀블러나 도시락 용기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혜택 이벤트도 마련해봤다.

사실 해외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실행되고 있는 활동들이다. 음악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후지록페스티벌, 글래스톤밸리, 섬머소닉록페스티벌 등등. 이들은 전년도에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로 다음 연도 공식 티셔츠를 만들거나, 일부 무대는 친환경 에너지로만 전기를 생산한다. 축제 현장에 지역 친환경 먹거리 판매 부스를 설치하기도 하고, 환경에 더 적극적인 페스티벌 브랜드는 아예 수익을 가지고 환경재단을 설립하기도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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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삶이 마치 축제의 현장인 양 끊임없이 먹고 마시고 구매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 방식은 임계치에 도달했다. 기존 생활 방식을 더 유지하느냐, 않느냐는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다. 그 선택의 책임이 생각보다 빨리 나와 내 가족에게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게 문제다. 삶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욱재 뮤지션·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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