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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병력자 실손’ 열달 만에 27만명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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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 어려운 60대 이상이 절반 / 생보·손보 합쳐 보험료 901억… 143억 지급 / 출시 직후 인기와 달리 가입자 증가 둔화 / 보험사들 리스크 우려 소극적 판촉 영향

과거 큰 병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고혈압·당뇨 등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출시 10개월 만에 가입자 수 약 27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시 직후 반짝했던 인기와 달리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리스크 탓에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 판매를 꺼리고 있어 가입자 둔화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20일 ‘유병력자 실손의료보험’이 지난해 4월 출시된 이후 약 26만8000여건의 가입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고혈압 등으로 투약 중인 만성질환자, 과거 질환으로 치료 이력이 있는 유병력자도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입 가능 연령도 65세에서 75세로 늘렸다. 이 상품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주도로 출시한 정책성 보험상품이다.

다만 일반 실손보험과 달리 자기부담률이 30%에 달하고, 최소 부담금이 입원 시 10만원, 통원 시 2만원이다. 특히 비급여 MRI가 보장되지 않고 약 처방이 보장항목에 제외되는 차이가 있다.

현재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삼성화재·흥국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농협손해보험 8개 손해보험사와 한화생명·삼성생명·농협생명 3개 생명보험사가 판매하고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은 생명·손해보험 모두 합쳐 901억원이 보험료로 들어왔고, 이 중 143억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

가입자 대부분은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이 어려운 중·장년과 노년층으로 나타났다. 60대 이상이 46.3%, 50대가 33.8%, 40대가 12.5%, 30대가 4.2%다.

판매 실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4월 가입자 수는 4만887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월평균 2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월 가입자 수가 2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보험사가 판촉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보험이 출시된 직후 KB손해보험사를 제외한 나머지 손해보험사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홈페이지에 아예 소개하지 않거나 공시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꺼리는 이유는 장기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건강한 가입자가 아니라서 추후 지급할 보험료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입자에게 받는 보험료보다 훗날 지급할 보험금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기피하는 것이다. 일반 실손보험 손해율마저 2017년 121.7%로 사실상 수지 적자가 난 상황에서 유병력자 실손보험까지 적자가 나면 기업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다.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60대 기준 월 5만∼7만원으로 일반 실손보험보다 두 배 정도 높고, 약값이나 비급여 MRI 검사 비용을 보장하지 않아 가입 유인이 떨어지기도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판매 초기이므로 지급보험금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보험상품은 보통 출시 후 3년 이상 지나야 지급보험금 추세가 안정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병력자 실손보험의 불완전판매 등 소비자 피해 여부를 면밀히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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