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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뉴질랜드엔 총 필요치 않다” 시민들 총기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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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 사망 총기 테러 이후

정부 규제 강화 움직임에

자발적 반납 ‘호응’ 이어져



경향신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추모공원 묘지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총기 테러 희생자 장례식에서 시민들이 희생자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크라이스트처치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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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엿새 만에 첫 장례식도

총리, 희생자 학교 찾아 위로


이슬람사원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로 50명이 사망한 뉴질랜드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총기를 반납하고 있다. 총기 사용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의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시민들이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가디언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느슨한 총기 규제가 테러 원인 중 하나로 꼽히면서 일부 시민들이 경찰에 총기를 반납하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매스터턴에서 목축업을 하는 존 하트(46)는 1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오늘까지 나는 반자동 소총을 보유한 뉴질랜드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면서 총기 반납 사실을 알렸다.

그는 “총이 농장에서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나의 편리함이 총기 오용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위험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면서 “뉴질랜드에는 총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썼다. 그는 가디언에 “내가 총을 포기한다고 해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총 하나가 줄어든 만큼 이 나라가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을 올린 후 수많은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다.

‘블랙스톤’이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쓰는 또 다른 뉴질랜드 시민은 “지난 금요일 오후 끔찍한 참사 소식을 들은 후 오래 곱씹고 생각했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쉬운 결정이었다”고 썼다. 뉴질랜드 경찰에 따르면 19일 밤까지 37정의 총기가 경찰에 반납됐다.

시민들의 이 같은 자발적 총기 반납 움직임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을 마련하기로 한 뉴질랜드 정부의 행보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18일 각료회의에서 규제 강화 법안을 마련을 결정한 뉴질랜드 정부는 25일까지 구체적인 법안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장례 절차 및 추모를 위한 후속 조처도 진행되고 있다. 참사 발생 엿새째인 20일 오전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희생자들의 첫 장례식이 열렸다. 이날 테러가 발생한 린우드 이슬람사원 근처 공동묘지에서는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리아 출신 칼레드 무스타파(44)와 아들 함자(15)의 시신이 땅에 묻혔다. 큰 부상을 입고 살아남은 무스타파의 아들 자에드(13)는 장례식 도중 휠체어에서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앉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추모객들이 그를 안고 위로했다.

장례식장에는 유족들과 지인들이 희생자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할 수 있도록 대형 천막이 설치됐다. 뉴질랜드헤럴드는 이날까지 희생자 50명 가운데 30명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도됐다고 전했다.

‘공감의 리더십’으로 호평받는 저신다 아던 총리는 이날 두 명의 희생자가 나온 크라이스트처치 캐시미어 고등학교를 찾아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총리는 학생들을 일일이 포옹한 뒤 “뉴질랜드에서 인종주의와 극단주의를 없애는 데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아던 총리는 이 자리에서 22일 전국적으로 2분 동안 묵념의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는 또 전국적인 추도식도 가질 예정이지만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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