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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광주에서 자란 아이들은 인권감수성부터 달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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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석 광주시교육청 시민참여담당관

기독교교육학 전공 목사이자 교사

전국 첫 시도교육청 4급 개방형 공모

마을공동체만들기 참여하다 활동가로



한겨레

“광주라는 도시 자체가 교실이고, 광주정신이 교육과정이라 생각한다.” 안석(51) 광주시교육청 시민참여담당관은 18일 첫 간부회의에서 이렇게 교육철학을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공모에 응한 8명 가운데 최고점을 받아 임용됐다. 시도교육청이 교육협치를 강화하고자 4급 직위를 영입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그는 사회·지역·학부모 등 3개팀 23명을 이끌며, 마을교육공동체·학교협동조합·교육시민참여단 등 사업을 맡는다.

“여태껏 교육정책은 중앙에서 내려왔다. 시민들이 제안하는 통로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이제 달라져야 할 때죠. 광주에서 학교에 다닌 아이들은 다른 지역 아이들과는 인권 감수성부터 달라야 하지 않겠어요?”

그는 2012년 딸이 혁신학교인 수완중에 입학하면서 교육 현장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감지했다. 학부모 네트워크에 참가한 그는 학교와 지역을 잇는 일에 커다란 흥미를 느꼈다. “중학생 10명이 공정무역의 날에 대한 관심을 생겼어요. 마을 책방에서 자료를 찾고, 마을 생협에서 제품을 샀죠. 의미를 새기는 주민축제로 발전시켰어요. 할인점에 편지를 써서 제품을 진열하도록 했고요. 전국에 사례를 발표해 상을 탔고, 진학 때 관련 학과를 선택했답니다.”

그는 활동 영역을 학교에서 마을로, 구청에서 도시로 차츰 확대했다. 마을두레를 조직해 광산구의 마을만들기사업을 지원했다. 광주시에선 마을활동가네트워크, 마을행복시민협의체, 마을교육공동체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영역에선 어려웠던 일들이 공공영역에서 쉽게 풀리는 경험들을 쌓았다. “지역에서 학교를 보는 시선과 학교에서 지역에 거는 기대가 살짝 달라요. 장벽을 허물고 다리를 놓아 연결해야죠.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나서는 도시를 만들어 보겠어요.”

전북 부안 출신인 그는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진로를 바꿨다. 감리교신학대학 기독교교육학과를 나와 목사와 교사의 자격을 얻었다. 이후 그는 “목사와 교사가 하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은사 송순재 교수의 가르침을 새겨왔다.

수도권에서 목회를 하던 그는 2011년 연고 없는 광주로 왔다. 건물 1층에 마을 도서관, 2층에 작은 교회를 열어 지역에 녹아들었다. 그는 “오늘 정책을 만들었다고, 내일 당장 학교가 바뀌지 않는다. 학교에선 주변의 다양한 생각들을 담아내고, 지역은 학교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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