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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임 100일째 나경원, 꽃다발 대신 ‘검은 리본’ 든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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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100일]

‘리더십 부재’ 비판 딛고 최전선 ‘투사’로

“이념독재” 강경발언 쏟아내며 보수 집결

취임100일 회견 없이 ‘투쟁 올인’

“패스트트랙 좌초” 집중 타격 성공할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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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대신 ‘검은 리본’을 들었다. 취임 100일에 대한 회고 대신, “‘독재 선거제’를 날치기한다면 흑사병 패스트트랙”이라는 독한 말을 쏟아냈다. 20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얘기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자유한국당 투쟁 최전선에 서 있다.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는 별명도 얻었다. 취임 100일째 통상 여는 기자간담회도 잡지 않았다. 대신 이날 오전부터 당대표 및 최고의원·중진의원 연석회의, 특위 회의, 비상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제1야당을 고립시키고 좌파 독재 패스트트랙을 하려고 한다”며 “온 몸으로 막아야 한다” “가슴에 단 의원 뱃지를 떼고라도, 의원직 사퇴하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의회를 청와대 국무회의장 쯤으로 만드는 것이 저들의 의도” “100% 청와대 권력형 비리 득표제”라고도 했다. 의원들은 ‘의회민주주의’ 글씨에 검은 리본을 두른 손팻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경청했다.

‘리더십 부재’ 비판마저 받았던 취임 초기와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나 원내대표는 조국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 때 이렇다 할 ‘한방’을 보여주지 못했고, 조해주 선거관리위원장 임명 반대 투쟁은 ‘웰빙 단식’ 비아냥까지 받으며 ‘위기’에 봉착했다. 지나치게 많은 이슈에 매몰돼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잦은 의원총회·특별위원회를 소집하는 데 그쳤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의 ‘터닝포인트’는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정은 수석대변인” 직격탄을 날린 때부터다. 13일엔 친일 청산 활동 기구였던 ‘반민특위가 국민 분열의 원인이 됐다’는 발언도 했다. “이념 독재, 좌파 독재”(15일) “(공수처는) 대한민국판 게슈타포” (17일) “좌파 장기집권 플랜” “좌파 교육감들이 교육을 장악”(18일) 등 연일 극우에 가까운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중이다. 보수층 집결과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내, 국회 내의 한국당 고립 구도를 깨겠다는 전략이다. 한 의원은 “‘속 시원하다’는 지지층의 반응과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며, 의원들이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힘을 싣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국면 등 호재에도 ‘이념 전쟁’ 외에 구체적인 대여 공세 거리의 ‘각’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 사실상 한국당이 국회 내 고립을 자초하면서 여야 4당 간 선거제 개편 합의안을 ‘엎을’ 방도가 없게 된 점은 현 원내지도부의 고민거리다. 한국당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이 지정된다면, “그 땐 원내대표 삭발밖에 답이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다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향해 “좌파 장기집권플랜 조력자가 된다면 범 여권”이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고 있고, 바른미래당의 분열이 가시화되며 어느 정도 패스트트랙 결렬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만약 국회에서 선거제안 패스트트랙 지정이 불발된다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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