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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리포트] 시진핑은 정말 평양 답방을 주저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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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 대회…매년 3월만 되면 중국은 흔히 양회(兩會)라고 부르는 이 두 가지 정치행사를 진행합니다. 우리 정기 국회 같은 기능을 하는데, 관례적으로 양회가 끝나면 총리가 폐막 기자회견을 합니다. 올해도 지난 15일 오전에 열린 리커창 총리의 폐막 기자회견에 내외신 기자들이 모였습니다. 리 총리에게 쏟아진 여러 질문 중엔 당연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의 역할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습니다. 이에 리 총리는 "한반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라며 "북한과 미국 양측이 계속 접촉하겠다고 한 건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북미가 계속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인데, 원론적이고 밋밋했고, 엄밀히 따지면 질문 취지에도 맞지 않는 답변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각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평양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최 부상의 작심 발언이 쏟아진 자리였죠. 미국과의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최선희 부상 발언의 진의가 궁금했지만, 그전에 리커창 총리 입장에선 좀 무안해진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리 총리가 북한과 미국이 계속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하기가 무섭게 북한측이 안 만나는 걸 고려하고 있다고 선언해버렸으니 말입니다. 어찌 보면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과거 혈맹 수준으로 관계가 복원됐다는 최근 북중 관계에 비춰보면 다소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리커창 총리가 받은 질문이 즉석 질문도 아니고 미리 제출받은 것이었는데, 최 부상의 돌발 발언에 대한 사전 대비가 안된 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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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중 관계가 다시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지가 최대 관심입니다. 북핵 틀안에서 배제되는 걸 견디지 못하는 중국은 북핵 국면마다 영향력을 상당히 발휘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 배후론을 거론하며, 중국을 때론 경계하기도, 이용하기도 했었죠. 더구나 성과물 없이 끝나버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는 북핵의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입니다. 예상치 못한 냉각기로 접어든 최근 상황에서 중국이 내놓는 북핵 메시지는 그래서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스탠스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적어도 겉으로는 그렇습니다. 하노이 회담 전이나, 회담 이후에도 중국이 내놓는 메시지는 일관됩니다. '대화를 통한 단계적인 해결'을 강조하는 내용 그대롭니다. 최선희 부상의 작심 발언이 나온 이후에도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문턱을 높이거나 일방적으로 비현실적인 요구를 해선 안된다는 중국의 주장은 듣기에 따라선 미국에게도, 북한에게도 주문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중국의 메시지엔 조심스러움과 함께 북미 양쪽에 같은 거리를 유지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예정된 공개 행보가 있죠.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했던 평양 답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4차례나 베이징을 찾아왔던 만큼,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은 정해진 수순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회담 직후 자신이 직접 베이징을 방문한 것처럼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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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관심은 시 주석의 답방 약속을 언제 지킬 것이냐로 모아집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다는다는 게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의 공통적인 얘깁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건데, 그렇다고 시 주석이 평양 답방을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상황입니다. 시기를 미루면 미룰수록 이런저런 해석과 오해가 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 주석의 평양 답방 시기와 관련해 몇 가지 전망들이 오르내립니다. 우선 거론되는 날짜가 김정일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입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선 그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고 있습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다른 나라 행사 때 맞춰서 그 나라를 방문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국가 행사에 묻혀 본인의 방문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고, 동시에 본인의 방문으로 국가 행사가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태양절에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경우 시 주석은 김일성 주석 참배도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 장면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해석될지는 중국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다음으로 거론되는 시기가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된 오는 6월입니다. 시 주석은 해외를 한번 움직일 때 여러 국가나 행사를 묶어서 방문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에 비춰보면 오사카 G20 회의 참석차 일본을 오가는 길에, 평양을 방문하거나 더 나아가 서울도 방문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겁니다. 현재로선 차라리 태양절 평양 답방설보단 이 시나리오가 더 자연스럽다는 게 외교가의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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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마저도 현재로선 확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시 주석 입장에선 평양 답방을 여타 나라 순방하듯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무엇보다도 중국으로선 북한과 미국 사이에 끼여 있는 딜레마가 고민입니다. 한반도 영향력 제고를 위해선 북한과의 적절한 관계 유지가 필수불가결하지만, 미중 무역협상으로 불편하게 엮여 있는 미국이 눈을 크게 끄고 주시하는 상황 말입니다. 특히나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 대북한 제재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에 맨손으로 갈 수 없는 시 주석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는 처집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아슬아슬한 중간선이 어디인지를 찾는 것, 이게 평양 답방 이전에 중국이 답을 찾아야 할 숙제가 아닐까요?

그래선지 한반도 문제가 항상 외교 우선순위라고 얘기하는 중국의 태도가 최근엔 곧이곧대로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오히려 최근엔 한반도 문제를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지금 시 주석 처지가 경제 위기 같은 복잡한 국내 이슈 해결도 버거운 지경이라는 얘기도 덧붙여지고 있습니다. 한 외교소식통은 지금 시 주석의 속내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시 주석은 평양 답방 의미를 가능하면 작게 해석되길 바라는 반면, 북한과 관련국들이 그 의미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걸로 보인다"라는 것이죠. 시 주석의 마음속을 어떻게 들여다볼 순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얘기였습니다. 정말 시 주석은 평양 답방을 주저하는 걸까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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