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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요트 투자로 만난뒤 주식 탕진···이희진 부친 계획된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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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의자, 살해된 이씨 모친 휴대전화로 모친 행세도

중앙일보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의 부모 살해 용의자 김모(34)씨가 18일 오전 안양 동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이동하고 있다.경찰은 나머지 용의자 3명을 쫓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인천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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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피해자, 요트임대사업 투자로 만나
‘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3ㆍ수감)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34)씨가 과거 요트임대사업 투자자를 모집하는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62)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씨(아버지)가 주식투자를 권유해 투자했는데 이 돈을 모두 잃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는 숨진 이씨의 어머니 황모(58)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모친 행세를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씨의 막내 동생을 유인하려는 일부 정황도 나와 추가 범행을 모의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피의자 김씨는 과거 수년간 미국에서 요트판매대행 사업체를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에 실패해 귀국한 뒤엔 마땅한 직업을 갖지 못했다. 이후 미국에서의 경험을 살려 요트 임대사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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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른바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씨(33)의 부모가 경기도 평택과 안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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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한 주식투자 성과 없자 둘 사이 악화
김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씨와 아버지 이씨가 직접 만난 것은 지난해 2월쯤이다. 이 무렵 아버지 이씨는 투자금을 원하던 김씨에게 "갖고 있는 자본금 2000만원으로는 사업이 어렵다"며 오히려 주식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성과는 여의치 않았고 김씨는 이씨를 몇 번 찾아가 “돈을 돌려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경찰은 원한에 의한 계획 범죄에서 재산을 노린 강도살인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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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진씨 부모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의 안내화면. 상주 이름에 이씨 형제 이름이 올라와 있다. 김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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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된 이씨 모친 휴대전화 모친 행세도
경찰은 또 김씨가 이씨 부부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달 25일 이후 한동안 이씨의 어머니 행세를 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씨는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카카오톡 메시지만 사용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이씨의 막내 동생이 집으로 찾아갔을 때는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놓기도 했다. 당시 김씨는 이씨의 막내 동생에게 'OOO을 만나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모처로 유인하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행동도 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것처럼 느낀 이씨의 막내 동생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김씨의 범행 준비 과정도 일부 밝혀졌다. 그는 지난달 초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 ‘경호인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구인 사이트에서 모집한 중국동포 3명과 지난달 18일 부천시에서 처음 만났다. 이들 중국동포는 서울과 인천, 경상도 등에서 거주하며 중국을 오갔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국내에서 가정을 꾸린 이도 있었다. 김씨는 이들과 모두 3차례 만났고 세 번째가 범행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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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5년과 벌금 200억, 추징금 130억원이 선고된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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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일인 지난달 25일 이씨 부부의 손에는 마침 막내 동생이 '부가티 베이런' 차량을 판 뒤 맡긴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이 들려 있었다. 김씨 등은 현관문 앞에서 미리 이씨 부부를 기다렸고, 집에 돌아온 이씨 부부가 문을 열자 뒤따라 들어갔다고 한다. 공범인 중국동포 3명은 이날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김씨는 범행현장인 아파트에 하루 더 머물며 현장을 치웠다. 그는 뒷수습을 위해 지인 등 2명을 추가로 이 아파트로 부르는 대범함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20분 만에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가담 여부를 조사 중이다.

훔친 5억원 중 1800만원만 수중에
범행 다음 날 김씨는 평택의 한 창고 임대업체와 임차계약을 맺었다. 보증금 1500만원·월 15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오전 10시 이삿짐센터를 불러 아버지 이씨 시신이 담긴 냉장고를 이 창고로 옮겼다. 이씨의 핸드폰은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가 이씨 부부를 살해한 뒤 가져간 5억원의 행방은 현재 오리무중이다. 김씨는 “중국으로 달아난 공범들에게 나눠준 뒤 나머지는 내가 썼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김씨는 검거 당시 수중에 1800여만원이 있었다.

한편 경찰은 이날 김씨에게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0일 오전 10시 30분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안양=최모란·김민욱 기자, 김기정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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