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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앵커브리핑] '룸살롱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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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서울 남산 밑 어디쯤, 그리고 혹은 성북동 어디쯤에 이런 집들은 존재했습니다.

담장은 높고, 문밖에는 늘 고관대작들의 커다랗고 검은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서 대기 중인…

사람들은 그곳에서 이 땅의 정치가 돌아간다고 믿었지요.

'요정'

지금은 그런 집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밀실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룸살롱 공화국'

2011년 강준만 교수는 해방정국의 요정에서부터 시작해서 룸살롱으로 장소를 바꿔 지속돼 온 '밀실 접대'의 역사를 낱낱이 기록했습니다.

"룸살롱의 물리적 본질은 '칸막이'…"

"칸막이는 패거리 만들기의 필수 요소이며, 패거리주의는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이다."

- 강준만, 룸살롱 공화국

그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밀실 안에서 '유사 친분'을 쌓아가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10년 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마무리 된 여배우의 성 접대 강요 의혹 역시 룸살롱이라는 은밀한 공간에서 자행되었고…

전직 법무부 차관이 연루된 그 사건 또한 룸살롱이라는 공간이 은밀한 별장으로 옮겨갔을 뿐 가려진 장막 사이에서 벌어진 행태라는 것은 같았습니다.

시작은 단순했으나 뒤로 갈수록 창대해진 버닝썬 사건도 마찬가지…

이런 유의 사건이 늘 그렇듯 일부의 관음증이 사건자체의 본질을 가려버리기 일쑤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것도 결국, 세속적 의미의 권력과 그 대상인 인간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감춰진 그 비밀의 방 안에서 함부로 다뤄진 타인의 인권.

'룸살롱 공화국'을 펴냈던 강준만 교수는 책의 말미에 이렇게 비낙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갈수록 포장술이 세련되어져 '인맥'이니 '인적 네트워크'니 하는 고상한 합법적 메커니즘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 강준만, < 룸살롱 공화국 >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사족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말씀드린 남산 및 어디쯤에 있던 그 요정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고관대작들이 오는 날이면 경찰관이 나와서 교통정리도 하곤 했는데…

구경하던 저희 동네 꼬마들의 장래희망은 높으신 고관대작이 아니라 제복을 입은 교통경찰이었으니…

모두의 꿈이 그렇게 소박하다면 그런 밀실접대도 없어지는 것일까…

말씀드리고 보니 정말 쓸데없는 사족이 됐습니다.

(자료 : TBC)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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