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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의혹 수두룩…靑 부실한 장관 후보 사전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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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청문회 앞두고 의혹 수두룩 / 靑 “사전에 체크”… 임명강행 시사 / “청문회 또 요식행위 그칠 것” 지적

세계일보

지난 8일 발표된 7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이뤄진다. 사진은 2017년 6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 모습. 뉴시스


3·8 개각 대상인 7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이 부동산 투기 등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이면서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시스템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청와대는 후보자들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사전에 체크됐다”는 입장을 보여 야권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관 후보자 7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음주인 25일부터 시작되는데, “청와대가 논란과 관계없이 청문회 후 (장관)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얘기”라고 야권은 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도덕성 문제를 철저히 파헤치기 위해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청와대가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청문회는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사청문회는 25일(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부터 27일(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까지 줄줄이 잡혀 있다. 그러나 장관 후보자 7명은 위장전입은 물론 부동산 투기, 자녀 국적과 채용, 꼼수증여 등의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도덕성 의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대부분 거를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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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장관 내정 인사에 대한 인사검증은 청와대가 경찰 등 관계기관에 납세, 음주 등 신상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정수석실의 확인을 거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인사가 현재 조국 민정수석이 관장하는 민정수석실 검증을 통과하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최종 임명 절차를 밟게 돼 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서 현재까지 6명의 장·차관 후보자가 검증 단계에서 줄줄이 낙마하면서 청와대의 자체 검증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에 지명된 장관 후보자 중에도 제기된 의혹의 심각성으로 볼 때 낙마 가능성이 있는 인사가 없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8일 ‘청와대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느냐’는 질문에 “청문회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19일 논평을 내고 “이 정권이 이제 누구 눈치볼 것도 없이 각료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실효성이 부족한 인사청문회가 이번에도 ‘요식 행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대통령은 국회 동의가 필요한 총리와 달리 장관은 청문회가 끝나면 국회 평가와 상관 없이 임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야당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그동안 장관급 8명의 인사를 강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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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전문가들은 해외사례를 들어 인사청문회 제도가 선진화돼야 ‘후보자 검증’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입을 모았다.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청와대 선에서 철저히 벗기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이후 청문회에선 정책 중심의 질의가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미국의 고위공직자 인선은 후보군이 선택되면 크게 ‘과거자료 조사 - 평판 확인 - 청문회’의 3단계를 거친다. 백악관 인사처와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사전 검증에 나선 덕분에 도덕성 검증이 끝난 뒤에야 청문회에 오를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현 제도에서는 인사청문회의 의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후보자들도 의혹들에 대해 잘못했다고 일관하면 무난히 임명된다는 노하우가 생긴 판국”이라면서 “청와대가 부실한 검증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해외 인사청문회는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 반해 국내 실정은 무사안일로 흐르는 측면이 있다. 청문회가 인사권에 대해 어느 정도 구속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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