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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파트 절반이 전셋값 `뚝`…역전세난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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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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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임대인을 법적 처벌해달라. 아파트 매매 가격이 전셋값보다 떨어지다 보니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주겠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세 보증금 반환 문제로 고통받는 세입자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집값 급락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을 호소하는 글들이다.

지방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역전세·깡통전세 현상이 실제 수치로도 확인됐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전국 아파트 중에서 전세가격이 2년 전(계약 시점 대비)보다 하락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보다 지방에서 하락 비중과 폭이 훨씬 컸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최근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은 52%였다. 이 비중은 2017년에 20.7%, 지난해에는 39.2%에 머물다 올해 들어 급격히 커졌다.

특히 지방에서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내렸다. 지방 전세 아파트 중 가격이 하락한 곳 비중은 2017년만 해도 35.8%였다. 하지만 지난해 50.8%로 높아지더니 올해 1~2월에는 60.3%까지 급증했다. 서울 아파트 중에서는 지난해 16.7%, 올해 1~2월에는 28.1%가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이처럼 역전세난도 양극화가 뚜렷했다. 집값 급락으로 전셋값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이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은은 앞으로 전세가격이 10% 하락한다고 가정하면 3만2000가구가 금융자산 처분과 금융기관 차입으로도 보증금 관련 부채를 반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금융기관 기존 부채 등을 고려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 시 추가 금융기관 대출이 불가능한 가구다. 전체 주택 임대가구 211만가구(작년 3월 말 기준)의 1.5%에 해당한다. 지난해 6월 한은이 내놓은 분석과 비교해보면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은 다소 약화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전세가격이 20% 하락(외환위기 수준)하더라도 금융자산과 보유주택 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할 여력이 있는 92.9%를 제외한 나머지 7.1%도 추가 신용대출 등으로 전세보증금 감소분 마련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92조5000억원으로 전년 66조6000억원 대비 38%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임대인의 재무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역전세 문제로 인한 일부 임대인들의 자금난이 실물경제로까지 이전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고소득(4~5분위) 임대가구 비중이 지난해 3월 기준 64.1%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실물 자산을 많이 보유(가구당 평균 8억원)하고 있어서 임대가구의 총자산(금융+실물자산) 대비 총부채(전세금 포함) 비율도 26.5%로 낮은 수준이다. 전체 임대가구 중 총자산 대비 총부채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가구 비중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0.6%에 불과했다.

그러나 한은도 전세금 반환 능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은 경계했다. 변성식 금융안정국 안정총괄팀장은 "전세가격 하락은 일차적으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금융 자산만을 고려해 보면 임대가구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깡통전세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지방 임대인과 임차인들은 역전세에 대한 고통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며 "지방은 집값 하락이 서울보다 큰 데다 지역 경기와 고용 악화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추가적인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연내에 지방 집값이 오를 요인보다는 내릴 요인이 많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보증금과 관련해 안전판을 제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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