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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 '엄정한 수사' 지시에 野 반발… "朴 엘시티 발언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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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엄정 수사' 文대통령 지시 후 발빠른 대응 나선 행안부·법무부 / 한국당은 "비판 언론·야당 대표 겁주고 반전 노리는 것 아닌가" 회의적 / 2016년 지지율 떨어지던 박근혜, "엘시티 의혹 엄정 수사하라" 지시해

문재인 대통령이 버닝썬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사건을 엄정히 수사하라고 검경에 지시한 것이 과연 적절한지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보수야당에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검경에 수사 압박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2016년 가을 비선실세 국정농단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특정 사건을 거명하며 법무부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행동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세계일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행안부·법무부, "철저한 수사" 한목소리

경찰을 지휘하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검찰을 지휘하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문 대통령의 ‘엄정한 수사’ 지시가 있은 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김 장관은 경찰이 수사 중인 버닝썬 사건을 언급하며 “일부 경찰관의 유착 의혹까지 불거진 데 대해 행안부 장관으로서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경찰관의 유착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김 전 차관 사건은 우리 사회 특권층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부실 수사를 하거나 진상규명을 가로막고 은폐한 정황이 보인다”며 “진상규명 작업을 계속 진행하되 드러나는 범죄사실은 신속하게 수사로 전환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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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당대표. 연합뉴스


◆한국당 "지지율 만회 반전카드 아닌가"

보수야당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는 문재인정부에 비판적인 특정 언론사를,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는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를 각각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문 대통령 지시 내용이 알려진 직후 언론과 통화에서 “청와대가 지지율을 만회할 목적으로 또다시 적폐청산 프레임으로 가는 것”이라며 “공소시효가 지나서 마무리된 사건을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들춰내면서 국가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도 원내 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또다시 과거와의 전쟁의 칼날을 뽑았다”며 “동남아 순방 후 첫 일성이 결국 야당 대표 죽이기로 가는 것에 국민도 아연실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 북한의 비핵화 거부 움직임 등으로 최근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자 청와대가 ‘반전 카드’로 과거사 수사 지시를 꺼냈다는 게 한국당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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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前대통령 '엘시티 수사' 지시 떠올라

대통령이 직접 특정 사건을 거명하며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워낙 드물다 보니 지난 박근혜정권 때 있었던 일과 비교하는 시선이 많다.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던 지난 2016년 11월16일 박 전 대통령은 뜬금없이 엘시티 비리의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연루자 엄단을 지시했다. 엘시티 비리의혹이란 부산 해운대의 부동산 개발과 관련해 천문학적 비자금이 조성돼 여야 정치인들한테 뿌려졌다는 의혹이다.

박 전 대통령은 김현웅 당시 법무부 장관한테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그때는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순실 수사에 대한 물타기”, “청와대가 대통령 본인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선 전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려 한다” 등 비난을 쏟아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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