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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플라스틱 쓰레기의 공포, 과장일까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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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9)
중앙일보

크리스 조던은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 서식 중인 새들의 삶을 8년간 추적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2018)를 무료로 공개했다. 바다에서 구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생각한 어미가 새끼에게 게워 먹이는 장면을 동영상 캡처를 했다. [사진 크리스 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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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앙일보에 쇼킹한 사진이 실렸다. ‘북태평양의 미드웨이라는 섬의 바닷새 알바트로스 어미 새가 새끼에게 게워 먹인 건 플라스틱 쓰레기였다’는 타이틀로 미 환경작가 크리스 조던의 사진을 올렸다.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 플라스틱의 공포, 과연 지구의 종말을 앞당길 것인가. 조금은 오버한 면이 있는 것 같아 짚어본다.

한반도 최소 3배 넓이의 ‘쓰레기 둥둥 섬’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이 논란의 와중에 있는 미세먼지에 이어 또 하나의 공포로 떠올랐다. 태평양 한가운데에 거대한 ‘쓰레기 둥둥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 생겼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해류를 타고 모인 것이라 했다. 현재 면적은 70만㎢, 또는 155만㎢라고 하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한반도(22만㎢)의 3.2~7배에 해당하는 넓이란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캔, 비닐 등이 쌓인다면 머지않아 ‘쓰레기 대륙’이 생길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구의 종말을 스스로 자초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쓰레기를 대량 수거해 부착된 라벨을 확인한 결과 일본어로 쓰인 것이 30%, 중국어로 쓰인 것이 29.8%였다. 아시아에서 북태평양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로시오 해류가 이를 실어 나른 것으로, 일·중외에도 12개의 다른 언어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도 아마 지대한 공헌(?)을 했을 터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 미국 것은 왜 없는 것일까. 해류 덕분이다. 이런 쓰레기 섬은 태평양뿐만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북대서양,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 등 환류가 흐르는 곳에 4개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나 마나 여기에는 ‘Made in USA’가 태반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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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섬 1호로 발행된 엘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의 여권. [사진 DAL&MIKE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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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문제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세계 환경운동가에 의해 희화되고 있다. 유엔에 쓰레기 섬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내 국가명을 ‘쓰레기 섬(Trash Isle)’으로 정했으며,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는 이 국가의 1호 국민이 되고 이 나라(?)의 여권까지 소지했다고 한다.

당연히 화폐도 만들고 우표까지도 발행했다고 하니 조금은 웃기지 않나. 혹자는 치열한 환경 운동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그 심각성을 훼손하는 엉뚱한 행동으로, 어떤 면에선 조롱거리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일부에서는 장차 지구가 플라스틱 더미에 뒤덮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우리 주위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플라스틱은 썩지 않아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양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얼마 전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는 미생물이 일본에서 발견됐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별로 기대할 것이 못 된다고 했다. 그 많은 플라스틱을 구별 없이 분해하는 것도 아니고 분해속도도 그렇게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플라스틱은 발에 채고 부딪쳐 물리적 힘에 부서지고 가루가 된다. 5mm 미만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플라스틱이라 하고 크기가 마이크로미터(1㎛=1000분의 1㎜) 혹은 나노미터(1㎚=1000분의 1㎛) 수준까지 작아지면 초미세플라스틱으로 분류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생리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일반 먹거리에서, 혹은 먹이로 오인해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른바 초미세플라스틱이 혈관으로 파고들고 조직에 들어가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그러나 아직 가능성만 말할 뿐 확실한 근거는 없는데도 이를 과장하는 부류도 있어 우려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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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코스메틱 제품에서 발견되어 걸러낸 마이크로 플라스틱. [사진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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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명해지려는 비 양심가의 공명심도 문제다. 미세플라스틱이 농어의 장 폐색을 유발하며 성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문이 2016년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돼 충격을 주었다.

가짜였다. 저자의 소속인 웁살라대학 윤리검토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문제가 발견돼 연구팀은 지난해 5월 이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 출판사 ‘사이언스’ 측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무려 ‘사이언스’까지도 논문을 조작하다니. 황 모 씨가 생각난다.

“미세플라스틱을 인간이 섭취하더라도 크기가 150㎛ 이상이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곧바로 대변으로 배설된다. 150㎛ 미만이면 혈관과 조직을 연결하는 림프계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그 확률은 0.3% 이하로 낮다. 또 림프계로 넘어가더라도 0.2㎛보다 큰 입자는 비장에서 여과작용으로 제거된다”고 발표한 전문가도 있다. ㎛는 mm의 1000분의 1이다. 안전하다는 말이다.

플라스틱, 미세먼지보다 유해성 미약
사실은 플라스틱은 물에 녹지도,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지도 않으며, 화학적으로 유독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 영향이 거의 없는 물질이다. 물론 종류에 따라서 환경호르몬 등을 소량 배출하는 것이 드물게 있긴 하다. 또 간혹 가루가 미세먼지에 섞여 호흡기로 미량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매연이나 황사, 온갖 화학물질 범벅인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미세먼지하고는 그 유해성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다. 더욱이 미세플라스틱가루가 공기 중에 비산해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도 그렇게 높지 않다.

현재의 오염상태가 보기에 따라서는 심각할 수는 있다. 주위에는 크고 작은 미세플라스틱이 지천이라서다. 최근의 조사에서 바닷물 1L당 서해안 125개, 남해안 77개, 동해안 93개가 검출됐다. 모래 100g당 서해 338개·남해 271개·동해 180개, 바지락에는 100g당 서해 102개·남해 46개, 소라는 서해 48개·동해 57개가 나왔다. 맥주, 천일염에서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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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한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플라스틱 생수. 세계보건기구는 대부분의 플라스틱 생수에서 마이크로 플라스틱이 검출된 후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한 검토를 시작할 예정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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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미국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은 전 세계 수돗물·맥주·천일염 속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수돗물은 5대륙 18개국, 맥주는 미 북부 오대호 근방 12종, 천일염은 세계 유통 12종을 검사하니,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 81%의 수돗물에서 1L당 5.45개, 모든 맥주에서 1L당 4개, 모든 천일염에서 1㎏당 212개가 검출됐다는 분석이었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플라스틱의 재료는 원래 지구에 존재하는 천연물질이다. 즉 석유로부터 나오는 에틸렌, 아크릴렌, 비닐 등을 연결해 고분자로 만든 것이다. 원자재는 인체에 해로울 수도 있으나 플라스틱으로 만들면 해가 없는 물질이 된다. 이를 발명한 사람이 노벨상을 탔을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그럼 대처방안은 없을까. 사용을 자제하거나 버리지 않거나 재활용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7%만 재활용되고 79%는 버려진다. 더 어렵게 하는 것은 그 많은 종류가 우리의 일상생활과 과도하게 밀착돼 있어 많은 양을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화학적, 생리적 위험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환경적인 문제를 빼고는. 세간에는 항상 실체 이상의 상황을 상정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그런 분위기를 즐기면서 이익을 챙기려는 부류가 있다. 과장과 침소봉대를 일삼으면서다.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호흡기나 음식에 딸려 들어가는 매연, 흙먼지, 돌가루, 쇳가루, 산업 및 생활폐기물, 미세먼지 등에 비하면 그 위해성은 걱정할 정도가 아닌데도 말이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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