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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알려다오 유시민의 알릴레오 '곡학아세 총선용 방송' 인지 '가짜뉴스 대응'인지 [박태훈의 스토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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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훈의 스토리뉴스] '알릴레오'…출발은 가짜뉴스 대응, 하지만 진영논리에

-한국당 "나경원 죽이기 혈안 된 유시민, 깐죽거리지 말라" 경고

-유시민 "정보 제공 목적인 시사 교양 방송이자 언론 자유 표현”

-이종욱 "진영에 복무하는 정치인 워딩으로 변질, 총선용 방송같아"

-김동욱 "곡학아세 방송 우려...노무현재단 이름말고 별도 채널을"

-손학규 "靑 비서까지 끌어들인 유튜브 정치는 잘못, 하지 말아야"

세계일보

상대에게 ‘깐죽거린다’고 하는 것은 원수질 것을 각오한 표현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최근 김정재 원내대변인 이름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향해 '깐죽거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짧은 성명 속에 '깐쭉거림'이라는 단어가 4차례나 들어갔다. 그만큼 유 이사장에 대한 한국당의 분노를 짐작케 한다.

한국당이 격분한 것은 지난 16일 유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국민이 한국당을 탄핵해야 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도대체 독자적 판단을 못하는 건가"라고 몰아세웠기 때문.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가짜뉴스에 대응하고 국민들에게 사실이 뭔지 알려주겠다며 출범한 알릴레오가 '진영논리 전파와 방어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에 대한 한국당의 공세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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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다 한국당 때문" VS 한국당 "어용 지식인 깐죽거림에 국민 정치 피로, 정치 혐오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 등 보수진영이 새로운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기세를 올리자 유 이사장은 맞불 성격으로 지난 1월 4일 알릴레오를 출범시켰다. 화제성과 함께 반응이 대단했다. 18일 오후 현재 구독자수 73만8000명을 넘는 등 정치성향 유튜브 채널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한국당 등이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역시 콘텐츠. 우파 주장을 반박하는 선을 넘어 발언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16일만 해도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국회가 마비돼 (개혁 입법) 안건 처리가 안 되고 있다. 한국당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자치경찰제 시행, 법관 탄핵이 (모두) 안 될 것 같다"며 "한국당 때문이다, 입법 개혁과제들이 이뤄지지 않는 건 한국당의 책임이다"고 했다. 한국당을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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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외신에 나온 걸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얘기해도 되나, 도대체 독자적 판단을 못하는 건가"라고 맹비난했다.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원수 270명으로 축소를 골자로 한 한국당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서도 "자기 혼자 먹고, 다음 사람은 못 먹게 하려는 심보다"며 비례대표로 의원직을 시작한 나 원내대표를 비꼬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유 이사장의 팟케스트 방송이 정치 평론을 빙자한 깐죽거림과 말장난으로 치닫고 있다"며 "지식인을 자처하는 분의 평론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치졸하기 짝이 없는 깐죽거림에 지나지 않고 '어용 지식인'의 악취가 너무도 깊게 배어있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김 원내대변인은 "유 이사장의 평론은 ‘비평’이 아닌,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깐죽거림’에 지나지 않다"며 "오로지 ‘나경원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어용 지식인의 깐죽거림에 국민은 정치 피로, 정치 혐오만 더해질 뿐이다"고 했다. 이어 "유 이사장은 평론과 깐죽거림을 구분해 주시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의 합리적 평론에 정진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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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柳, 조국까지 불러 방송→ 손학규 "유튜브 정치, 잘못"→ 柳 "정치행위 아냐, 그만 못 둬"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는 지난 1월 4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과의 대담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출연자 모두 현 정권과 가까운 인사다. 문정인 특보는 두 번, 정태호 일자리수석,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출연했다. 급기야 조국 민정수석까지 지난 9일 알릴레오에 나와 야당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1일 "어느 나라 비서가 이렇게 SNS로, 유튜브로 이런 식의 정치를 하느냐"고 조 수석에게 직격탄을 날린 뒤 "알릴레오 티비도 청와대 비서까지 끌어들이면서 유튜브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유 이사장은 16일 "조 수석 출연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 부정적 평가도 인정할 수 있지만 알릴레오 방송을 정치행위로 간주하고 '그만하라'고 하는 것은 못 받아들이겠다"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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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柳 "국정홍보 방송 아닌 국가정책 정보제공하려는 시사교양방송"...그럼 국영아닌 사영 홍보?

유 이사장은 "(알릴레오는) 정치비평으로 시민으로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일 뿐"이라며 "국정 홍보방송이냐(라는 비난도 있지만)고 하는데 국가의 중요한 정책과 사회이슈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시사 교양 방송이다"고 주장했다.

국정 홍보방송도 정치행위도 아니라지만 공인이 아닌 사인(개인)의 국정홍보라고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유 이사장의 '알릴레오' 에 대해 일부 언론학자는 '진영 선전도구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지난 1월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가짜뉴스를 없애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지만 유튜브가 소통에 적합한 매체는 아니다"고 가짜뉴스를 막기 위해 알릴레오를 한다는 유 이사장 생각이 잘못됐다고 했다. 결국 진영 선전도구화될 뿐이라는 지적이다.

보수논객 이종근씨는 17일 YTN라디오에서 "알릴레오는 정치비평 방송도 국정홍보 방송도 아니다. 이것은 총선용 방송이다"고 단언했다. 그는 "유시민 작가가 알쓸신잡이란 예능 프로그램에서 '지식인은 굉장히 공정해야 한다. 진영으로 갔을 땐 그 진영에 복무하는 워딩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한 게 지금 드러나고 있다"며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진영에 복무하는 정치인의 워딩이다"고 했다.

이씨와 함께 출연한 김종욱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는 "(알릴레오를) 곡학아세 방송이라고 말하면 좀 과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고 조심스럽게 알릴레오가 곡학아세 방송처럼 들린다고 했다.

김 교수는 "(유 이사장이)헌법이라는 갑옷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이 그런 갑옷을 입으면 '왜 그 갑옷을 입었냐'고 비판한다"며 "(이처럼) 민주당이나 진보진영을 옹호하려고 하는데 본인의 마음과는 다른 방식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좀 자중자애하시는 게 좋겠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노무현재단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노무현 정신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라도 (노무현재단을 통한 유튜브 방송이 아닌) 유시민 작가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별도 채널을 하는 것이 총선용이라는 오명도 씻고, 노무현 정신을 더 잘 이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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