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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금리 상승 위험 줄인 주담대... 찾는 고객이 별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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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내걸린 주택담보대출 현수막.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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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상환액 고정형 상품이나 금리상한형 상품 모두 고객 문의가 별로 없네요.”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협의해 야심차게 내놓은 ‘금리 상승 위험 경감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이 18일 15개 시중은행을 통해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지만, 출시 첫날 이 상품을 찾는 고객은 별로 없었다. 홍보가 덜 된 탓도 있지만, 상품이 기획된 지난해와 판매가 시작된 지금의 금리 환경이 사뭇 다른 것이 근본적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마케팅 포인트였던 ‘금리 상승 위험’이 그새 급속히 약화돼 앞으로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출시된 상품은 대출금리가 상승해도 원리금 상환액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월 상환액 고정형’ 상품과, 금리 상승폭을 향후 5년간 2%포인트 이내, 연간 1%포인트 이내로 제한한 ‘금리상한형’ 상품 2가지다. 월 상환액 고정형은 은행이 부담하는 위험을 고려해 변동금리에 0.2~0.3%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공급된다. 금리상한형은 기존 변동금리 주담대에 ‘금리상한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인데, 역시 현행 금리에 0.15~0.2%포인트 가산된다.

두 상품이 첫날부터 찬바람을 맞은 이유로는 고정금리형 주담대, 정확히 말하면 혼합형(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 적용)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형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먼저 꼽힌다. 실제 이날 기준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ㆍ국민ㆍ우리은행에서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 상품보다 낮다. A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고객이 목돈을 장기간 빌릴 때라도 현 시점에서 금리가 가장 싼 상품을 찾는다”며 “고정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굳이 0.15~0.3%포인트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면서 새 상품에 가입할 동기가 부족한 터라 초기 가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금리 상승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두 상품 모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연간 4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리며 글로벌 시중금리를 끌어올리던 지난해에 대출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요량으로 기획됐지만, 연준이 예상 외로 급작스럽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올해 시중금리 상승 기대가 대폭 약화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이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경제 하강 우려가 높아져 금리 상승 전망이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당분간 금리 인상을 없을 거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상황을 지켜보다 금리 급등 위험 대비 상품을 가입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한다. B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 속도가 도로 빨라질 가능성은 낮은 만큼 일단 금리 조건이 유리한 상품에 가입한 뒤 금리 상승 위험 대비 상품 가입 여부를 결정해도 될 것 같다”며 “보통 대출 받은 후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지 않고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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