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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밀레니얼 세대, 명품 소비의 핵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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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 32층. 이날 롯데백화점은 소셜미디어에서 명소로 떠오른 특급 호텔 두 층을 빌려 '헬로, 영앤리치' 패션쇼를 열었다. 20·30대의 이른바 '밀레니얼 소비자' 150명을 초대한 비공개 VIP 행사였다. 버버리·보테가베네타·오프화이트·몽클레르·셀린느 등 여덟 브랜드가 신상품을 선보였다. 이 중에는 브랜드 상표와 체크무늬를 파격적으로 키우는 등 종전의 전통적 디자인에서 벗어난 상품이 눈에 띄었다. 김혜라 해외패션부문장(상무)은 "롯데가 20·30대를 겨냥한 명품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2016년부터 백화점 명품관에 밀레니얼 고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나타난 변화"라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 위한 파격 디자인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명품 업체들은 이들을 겨냥해 파격적 디자인을 내놓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디자인, 티셔츠·운동복·스니커즈처럼 '길거리 패션'을 접목한 상품, 한정판 극소량을 기습 판매하는 시스템 등 종전 명품 시장에선 볼 수 없는 마케팅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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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이 지난 1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에 있는 서울드래곤시티 호텔 32층에서 20·30대 명품 소비자 150명을 초청해 '헬로, 영앤리치' 패션쇼를 열었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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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는 최근 꿀벌과 뱀, 호랑이가 새겨진 운동화, 티셔츠, 항공 점퍼를 내놨다. 올해에는 밀레니얼 세대 취향에 맞춰 수십 년 전 디자인을 재현한 복고풍 가방을 출시했다. 모두 젊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한 파격적 시도다. 구찌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2015년 최고 경영자와 디자이너를 교체하고, 구원 투수로 알레산드로 미켈레(47)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며 혁신에 가까운 디자인·마케팅 개편을 단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2014년 35억유로(약 4조5000억원)였던 매출은 지난해 80억유로(약 10조2900억원)까지 뛰었다. 이 중 65%가 밀레니얼 세대 매출이다.

'구찌 모델'은 명품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수프림과 손잡고, 발렌시아가가 소련 해체기 변두리 문화를 간직한 브랜드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38)를 영입한 것도, 버버리가 'B시리즈'라는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 LVMH 그룹도 1992년생인 창업주 2세 알렉상드르 아르노를 여행 가방 브랜드 리모와 CEO로 임명하고, 젊은 브랜드 오프화이트 등과 협업을 진행하며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큰손 된 밀레니얼 세대

'세계 명품 시장의 핵심 성장 동력은 밀레니얼 세대.'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내놓은 '2018 세계 명품 시장 연구 보고서' 내용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 18억명이 가장 강력한 소비층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명품 업계 역시 이런 '어린 소비자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을 체감하는 중이다. 지난해 세계 명품 시장 매출 2600억유로(약 334조4200억원) 중 33%(858억유로·약 110조3600억원)가 이들 지갑에서 나왔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명품 시장이 2025년이면 최소 3200억유로(약 411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하고, 이 중 55%를 밀레니얼 세대가 창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한국의 20·30세대는 명품 업체들의 주요 관심 대상이다. 명품 업계가 신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 온라인 쇼핑, 밀레니얼 세대'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황의건 HB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커머스 사업본부장은 "온라인 중고 거래에도 능한 한국 밀레니얼 소비자는 '나중에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정판 명품 구입을 망설이지 않는다"며 "평소에는 편의점 도시락·컵라면을 먹다가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돈 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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