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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불에 탄 '여왕의 산책로'…과격해진 프랑스 노란조끼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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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시위대, 샹젤리제 거리 명품 매장 등 약탈…휴가 마크롱 긴급 복귀 "단호한 조처" 강조]

머니투데이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짙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 이날 파리 시내에서 진행된 '노란 조끼'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많은 상점이 불타고, 창문이 깨지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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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산책로'가 불타고, 승리의 역사는 자욱한 연기에 파묻혔다. 프랑스 파리의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건설한 개선문 얘기다. 반(反)정부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상점을 약탈하고 거리에 불을 지르는 등의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노란 조끼 운동'으로 불리는 반정부 주말 시위가 18주 연속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매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 등으로 시위 진압을 시도하고 230명 이상을 체포했지만, 폭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앙리 4세의 부인이었던 마리 드 메디치 왕비가 튈르리 정원에서 센강을 따라 걷는 조성한 산책로에서 시작된 샹젤리제 거리에서는 명품 브랜드 매장이나 고급 카페 등이 주요 표적으로 시위대의 약탈과 방화가 이어졌다. 한 은행 지점이 위치한 건물도 불에 타 한 여성이 어린 자녀와 함께 구조되기도 했다. 프랑스 경찰은 이번 시위에 대해 "(일반 시민이 아니라) 반자본주의나 무정부주의자 등 과격파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유류세 인상과 부자 감세에 반대하는 저소득층과 노동자 계층이 주를 이루면서 시위 참가자가 30만명에 육박했다. 현재는 3만여명 정도로 규모가 축소됐지만, 대신 폭력성이 강해졌다.

휴가를 내고 피레네 산맥에서 스키를 즐기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밤 급히 파리로 돌아와 위기대책회의를 주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해 "더는 '시위'가 아닌 폭동"이라고 비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시위에 파괴 행위의 '프로'가 가세하고 있다"며 "용서할 수 없는 공격에 단호히 대처하도록 경찰에 지시했다"라고 썼다.

한편 방위비 분담금, 파리기후협정, 무역 등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파리기후협정은 프랑스에서 잘되고 있을까? 노란 조끼 운동 시위가 18주째 이어지는 것을 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결정을 비판한 마크롱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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