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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밀착카메라] 벽 하나 두고 공장이…쇳가루·악취·분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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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벽 하나를 두고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곳에 살아야 한다면 생활이 어떨까요. 최근 도시와 농촌 사이의 마을에 소규모 공장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좀 저렴하게 공장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인근 주민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 김해시의 한 마을 입구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주택 30채가 조금 넘는 마을이 있는데요.

그런데 입구 바로 옆 컨테이너에 공장을 임대 또는 매매한다는 현수막이 빼곡하게 붙었습니다.

마을에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도 이런 종이들이 가득 붙어있습니다.

마을 곳곳에 공장 임대 스티커가 붙었습니다.

주변에도 작은 컨테이너형 공장들이 가득합니다.

마을에 있는 한 주택의 옥상에 올라와 봤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작은 마을이 공장들에 둘러싸여서 갇혀있는 모습인데요.

저쪽을 보면 아예 공장과 담을 맞대고 있는 주택들도 있습니다.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입니다.

20년도 안 돼 지금은 주택보다 공장이 더 많습니다.

10년 넘게 공장 옆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합니다.

[주세중/노인회장 : 아침에 창문을 열면 자고 일어나가지고 쇠 누린내 있죠. 냄새 엄청 안 좋아.]

옥상이나 기왓장 위에는 까만 먼지가 눌러 붙었습니다.

인근 또 다른 마을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빈 땅마다 컨테이너형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주민들도 무슨 공장인지 모릅니다.

[주민 : 어느 날 보면 서버리고, 어느 날 보면 서버리고. 그걸 누가 터치하겠어요. 가서 이야기하면 업무방해죄인데.]

마을 인근 한 공장에는 흙이 산처럼 쌓였습니다.

흙 밑으로 폐기물 쓰레기가 눈에 띕니다.

래미콘 트럭들이 오가며 끊임없이 먼지도 날립니다.

[주민 : 쇳가루가 칵칵 날라오고 이래. 쇠로 막 쾅쾅, 귀도 쾅쾅 하니까.]

사람들이 떠나면서 빈집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

공장으로 가득한 마을들은 김해시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분류한 곳입니다.

도시도, 농촌도 아니다보니 공장 설립이 더 쉽습니다.

[김해시청 관계자 : 산업단지에 들어가지 못하는 공장들이 조금 가격이 싼 지역에 들어오다 보니까…]

현행 규정에 따르면 1만㎡ 미만의 공장은 환경영향평가 없이도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김해시는 올해부터 공장들의 자발적 이주를 유도하겠다는 입장.

하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주민 : 주민들이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내보니 김해시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주민들은 이러다가 죽고 마는 거지.]

수도권 계획관리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김포시 거물대리.

2015년 역학조사 결과 토양에서 기준치 이상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하지만 주민 보상이나 공장 이주 등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최근 김포시는 다시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주민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김의균/김포환경피해공동대책위원장 : 실효성 없었어요. 여태까지 시정된 게 하나도 없어.]

주택이 많은 곳이 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며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경남 양산시의 내전마을.

이 마을에는 주택과 공장이 서로 가까운 거리에서 뒤섞여 있습니다.

이 골목길도 보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쪽에는 주택, 또 반대쪽에는 공장이 위치해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습니다.

마을회관의 경우 벽 3개가 공장과 맞닿아 있습니다.

한 주택은 앞뒤가 공장으로 막혔습니다.

[주민 : 소음, 매연. 저쪽 마을에서는 프레스 소리. 차라리 이주 대책을 세워주든지. 다 떠나고 싶어 해요.]

공장이 들어선 뒤 주민들은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해왔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습니다.

정작 마을을 떠난 것은 공장이 아닌 주민들입니다.

남은 사람들의 건강과 권리를 보장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화면제공 : 주민 김의균)

윤재영, 김진광,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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