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1180714 0352019031451180714 02 0201001 6.0.1-hotfix 35 한겨레 0

‘정준영 폰’ 놓친 검경 부실수사…3년간 추가 피해자 10명 낳았다

글자크기
경찰, 포렌식 업체 자료 검찰에 안 보내고

검찰, 정씨가 제출한 엉뚱한 전화 포렌식

검·경 부실수사 탓에 피해 3년간 계속돼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수 정준영씨가 여성과의 성관계 영상을 찍은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건 3년 전인 2016년 8월이다. 당시 피해 여성은 ‘정씨가 성관계 중 동의 없이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했다’며 경찰에 정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정씨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누구도 ‘성관계 영상’이 촬영된 정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3년 전 검찰과 경찰이 부실하게 수사를 한 탓에 정씨의 불법 촬영에 의한 피해자는 이후 10여명으로 늘어났다.

14일 경찰과 검찰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6년 8월6일 피해 여성 ㄱ씨는 서울 성동경찰서에 정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성관계 영상 촬영이 이뤄진 날 정씨와 ㄱ씨가 나눈 대화의 녹취 자료도 첨부돼 있었다. 같은 달 21일 경찰에 출석한 정씨는 영상을 찍은 사실을 인정하며 ‘상대방도 동의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자 정씨는 ‘휴대전화가 고장나 자체적으로 사설업체에 복구를 의뢰했다’며 제출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정씨가 복구를 의뢰한 곳은 스마트폰 복구업체 ‘모바일랩’으로 최근 정씨와 빅뱅 승리(본명 이승현)의 카톡방 문제가 불거진 뒤인 지난 1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곳이다.

다음날인 22일 정씨의 변호인은 ‘휴대전화 복구 불가 확인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확인서를 받은 경찰은 모바일랩에 전화했고, 변호인의 설명과 달리 모바일랩은 ‘휴대전화 복구 불가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동영상 원본이 없더라도 수집된 증거만으로 기소 송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찰은 업체에 “복구 불가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요구가 바로 서울방송(SBS)이 1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정씨 등의 카톡방 내용을 제보한 방정현 변호사에게 추가 제보를 받았다며 공개한 통화 녹취를 통해 서울 성동경찰서 담당 경찰이 포렌식 업체에 “데이터 복구 불가로 해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는 사건 무마 의혹으로 번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인서 작성을 거절당한 뒤 ‘추후에 업체에서 자료를 받아 제출하겠다’는 기록을 담아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며 사건 무마 의혹을 부인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의 문제는 검찰에 보낸 기록과 달리 끝내 모바일랩의 자료를 검찰에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수사관이 추후 ‘검찰이 정준영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자료를 보낼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자료를 보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등장한다. 검찰이 포렌식으로 확인한 정씨의 휴대전화는 성관계 영상이 촬영된 휴대전화가 아니었다. 검찰은 정씨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가 모바일랩에 맡겨졌던 휴대전화인지 ‘동일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포렌식을 실시했고, 성관계 영상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당시 수사팀이 정씨가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를 포렌식 했고 특별한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며 “범행 당시 쓰인 휴대전화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경찰은 범행에 쓰인 휴대전화 기록을 검찰에 넘기지 않았고, 검찰은 엉뚱한 휴대전화를 포렌식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부실하게 수사해놓고 검찰은 ‘ㄱ씨가 영상 촬영에 동의했다’고 판단하고 정씨의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경찰과 검찰은 정씨가 촬영을 인정했고 당시의 논란은 성관계 촬영 ‘동의 여부’였기 때문에 영상 확보는 중요한 증거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경 안팎에서는 부실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휴대전화를 제대로 들여다봤다면 정씨의 범죄는 3년 전에 멈출 수 있었고, 10여명의 추가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3년 전 수사관이 포렌식 업체로부터 왜 자료를 받아서 추송하지 않았는지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담당 수사관의 설명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그 부분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