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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밀착카메라] 벌금 내면 그만? 단속 비웃는 '비닐하우스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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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월에 가장 맛있다고 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 바로 미나리입니다. 미나리 산지에서는 비닐하우스에서 먹는 '미나리 삼겹살'이 인기입니다. 매년 이맘때마다 펼쳐지는 풍경이지만 모두 불법 영업입니다.

밀착카메라 박민규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경주시의 양동마을입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관광 명소입니다.

"마을에서 500m 거리에 미나리 농장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차장에 차량이 하나둘 들어서는데요.

바로 이곳 명물로 통하는 미나리 삼겹살을 먹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입니다.

[김신희/경북 포항시 환호동 : 미나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먹으러 왔어요. 제철이니까 지금 말고는 놓칠 것 같아서…]

관광객들이 하나둘 비닐하우스로 들어갑니다.

익숙하게 불판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습니다.

메뉴판에는 흙돼지와 오리, 주류도 보입니다.

[종업원 : 600g에 2만원이죠. (고기 사가지고 와도 돼요?) 빨간 날이나 주말은 피해 주세요. 자리가 없으니까. 자릿세를 인당 4000원씩 받아요.]

고기는 인근 농협에서 배달합니다.

정상적인 식당으로 보이지만, 무허가 불법 음식점입니다.

[A씨/미나리 재배업자 : '건물이 아니다, 하우스다' 해서 영업 허가를 안 내주고…이거 안 하면 손님들이 안 와요. 다른 데도 이렇게 하고 있으니까.]

실제 인근 하우스 7곳이 최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습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경주시청 관계자 : 작년에도 몇 군데 고발한 적이 있고요. 상당히 벌금이 많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업자들은 벌금을 내면서 영업을 이어갑니다.

[B씨/미나리 재배업자 : 작년에 (벌금) 400만원 냈고요. 올해 과태료 200만원 냈고요. 벌어서 벌금 내고, 좀 남으면 내가 먹고 어쩔 수 없이 그러고 있습니다.]

또 다른 비닐하우스 삼겹살 집입니다.

상수원 보호구역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아래 흐르고 있는 물을 볼까요.

손질하다 남은 미나리가 떠 있고 이쪽 사이에 빈 담뱃갑도 보입니다.

[인근 주민 : 하수처리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뇨나 생활오수가 그냥 상수원으로 바로 유입된다, 그 자체가 수질 오염이고…]

실제 하천이나 댐 인근에 자리잡은 하우스들이 많습니다.

농사만 지어야 하는 땅입니다.

지자체의 원상복구 명령에도 대부분 영업을 이어갑니다.

[미나리가 2개월 해요, 3월 15일이면 끝나는데… 취재하지 마세요.]

일부 손님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찾습니다.

[이용객 : (영업) 신고 안 된 데가 좋아요. 슈퍼에서 산 고깃값 그대로 줘요. 식당으로 돼 있는 데는 고깃값이 비싸요.]

식당처럼 영업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앞에 차들이 서있습니다.

경북 청도군인데요.

대표적인 미나리 산지료 유명한 이곳 일대의 농가들도 최근 고기와 술을 함께 팔고있습니다.

결제는 현금으로만 가능합니다.

[C씨/미나리 재배업자 : (카드도 받으세요?) 이 근처 전부 카드 되는 데 없습니다. 통장 이체하셔도, 계좌 이체해도 되고.]

모두 불법 영업장이지만, 단속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C씨/미나리 재배업자 : 주말엔 또 공무원들이 안 나오잖아요. 평일에도 손님들이 '우리가 사 왔다' 하면 되죠.]

해당 지자체는 결국 일부 업자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청도군청 관계자 : 저희가 나가면 (업자들이) 고래고래 고함치고, 기물도 잡아 던지고…손님들이 반발을 많이 해요. '먹는데 분위기 흐리게 한다'고.]

불법 영업은 전국으로 확대되는 상황입니다.

[D씨/미나리 재배업자 : 전라도권에서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대구 팔공산, 울산, 양산, 김해, 부산…안 하는 데가 없어요. 거기서 안 좋은 이미지를 다 만들어 놓으니까.]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지역 명물이 알고 보니 불법이라면,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마음이 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한철 장사라는 이름으로 매년 반복되는 풍경,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박민규, 정상원,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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