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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준영·승리 수사, 성착취 카르텔 부수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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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정준영씨가 불법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빅뱅’ 멤버 승리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 여성만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승리가 사내이사로 있던 ‘클럽 버닝썬’ 내 폭행 사건이 마약류 유통,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성매매 알선, 경찰 유착 의혹 등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불법 동영상 유포 범죄까지 확인된 것이다. 최악의 막장 드라마가 현실로 옮겨진 듯한 ‘버닝썬 사태’에 시민은 충격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씨 등의 ‘단톡방’ 대화를 보면, 동료 연예인들 사이에서 불법촬영물 공유가 일상적으로 이뤄져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이 피해자를 둘러싸고 나눈 대화는 차마 지면에 옮기기 어려울 만큼 혐오스럽다.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다. 승리가 은퇴를 선언했고, 정씨도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그대로 믿기 힘든 이유다.

정씨는 과거 불법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았으나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도 단톡방 대화 내용에서 ‘경찰총장’이라는 단어가 발견되는 등 경찰 고위층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의) 비위나 범죄가 발견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을 몇몇 연예인의 도덕적 해이나 일탈로 치부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행태는 상당수 남성 사이에서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자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는 여성의 신체 부위 등을 찍어 올리는 ‘여친 인증’ 릴레이가 벌어져 남성 13명이 검거됐다. 남자 대학생들이 학과 내 남학생만 모이는 ‘남톡’에서 같은 과 여학생을 성희롱한 사례는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대신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남성문화가 빚어낸 참담한 현실이다.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과 성착취의 질긴 카르텔을 고발하고 폭로해왔다. 하지만 돈과 힘, 명성을 가진 이들은 공권력과 유착해 법망을 빠져나가는 경우가 빈번했다. 더 이상은 안된다. 여성은 포획·전시·공유될 수 있는 사냥감이 아님을 선언해야 한다. 당장은 ‘정준영 동영상’의 피해자가 누구일지 추측하고 루머를 유포하는 행태부터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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