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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러시아 스캔들’ 요동치는 트럼프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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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뮬러 특별검사 수사 결과 보고서 제출·미 하원 청문회…

트럼프 재선 막으려는 전방위 ‘트럼프몰이’


2020년 11월3일로 예정된 제59대 미국 대통령선거를 향한 캠페인은 올해 하반기 본격화된다. 그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막으려는 전방위 ‘트럼프몰이’가 시작됐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보고서 제출, 미 하원의 자체 조사와 청문회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줄줄이 예고된 가운데, 예측불허의 진행 과정에 따라 향후 북-미 회담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며칠 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과 관련한 최종 수사 보고서를 윌리엄 바 법무장관에게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5월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차관이 뮬러 특검을 임명한 지 21개월 만이다. 당시 한 장짜리 ‘행정명령 3915-2017’은 뮬러 특검에게 광범위한 수사 권한을 부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 혐의는 물론 “러시아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 관계자들 사이의 어떤 연관 혹은 협력”도 수사할 수 있게 했다.

뮬러 특검 증거 확보했나

2년 가까운 수사 기간에 뮬러 특검팀은 이미 트럼프 ‘이너서클’(내부자들)의 핵심 인사와 러시아 쪽 연루자를 포함한 34명의 개인과 회사 3곳을 기소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3월5일 “현시점에서 러시아가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을 도울 목표로 2016년 대선에 개입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7년 1월 미 정보 당국도 기밀 해제된 대선 검토 보고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을 목표로 영향력 있는 캠페인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뮬러 특검의 보고서 중 러시아가 트럼프를 도왔는지 아닌지는 큰 의미가 없다. 뮬러 특검은 2016년 트럼프 캠프의 여러 인사가 러시아 쪽과 대화한 수많은 증거도 확보했다. 트럼프 측근들이 러시아와 공모했는지도 더 이상 쟁점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 트럼프 자신이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알고 있었는지, 뮬러 특검이 증거를 확보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뉴스채널 등 현지 언론에선 아직 공개되지 않는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증거가 없다면 오히려 트럼프의 정치적 위기가 아닌 승리로 귀결될 수도 있다.

증거를 찾는다고 해도 뮬러 특검이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를 기소하기는 쉽지 않다. 미 수정헌법에는 현직 대통령 기소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 기소는 위헌이라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에게 면책특권이 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현직일 때는 기소하는 것보다 국가를 운영하게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헌법이 정한 국가 기능을 수행하는 데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전직 변호인조차 현직 대통령 기소가 가능하다고 볼 만큼 논쟁적인 사안이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워싱턴 정가에서는 뮬러 특검이 트럼프를 기소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형사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뮬러 특검이 어떤 결론을 내리고 어떻게 보고서를 작성할지, 또 바 법무장관이 뮬러의 보고서를 어디까지 공개할지에 따라 2020년 대선에 미칠 ‘정치적 파급력’은 상당하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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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러 보고서 공개 범위 놓고 공방 예상

뮬러 특검은 보고서에 수사 결과 개요만 정리해 제출할 수 있고, 세밀한 수사 내용까지 다 담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진전된 수사 결과를 보고할 수 있고, 나머지 수사 사항은 검찰에 넘기겠다며 보고서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뮬러 특검이 법무장관에게 보고서를 제출하면 법무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별도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내야 한다. 법무장관이 의회에 내는 보고서는 공개해야 하지만, 법무장관이 뮬러한테 받은 보고서까지 공개할 의무는 없다. 트럼프가 임명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지난 1월 인준청문회에서 뮬러의 수사 결과와 관련해 의회에 투명한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바 법무장관이 뮬러의 보고서를 약속대로 투명하게 공개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론 요약된 편집본만 공개할 가능성이 더 크다. 또는 보고서를 받았다는 사실 외에 중요한 디테일을 아예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뮬러 특검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는 범위를 놓고 치열한 정치 공방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민주당 우위의 미 하원은 뮬러 특검 수사와는 별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의회 차원에서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원 법사위는 3월4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방해와 권력 남용 관련 개인과 기관 81곳에 2주 안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물론 연방수사국과 트럼프 오거니제이션(트럼프 회사) 등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개인들과 단체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법사위는 제출된 자료를 청문회 자료로 쓰겠다고 밝혀, 날 선 청문회 정국이 예상된다.

또 전직 트럼프 측근 출신, ‘천적’ 마이클 코언 변호사는 3월6일 하원 정보위원회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 강요’를 입증하는 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2월26일(미 현지시각)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는 거짓말쟁이”라고 증언해 파문을 일으키며, 회담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미국 퀴니피액대학이 3월5일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 유권자 1120명 가운데 ‘트럼프보다 코언을 믿는다’는 응답자는 50%로, ‘트럼프를 더 믿는다’는 응답자 35%보다 많았다.

‘외치’로 사면초가 ‘내치’로 타개?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트럼프가 사법 방해를 저지른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일단 “탄핵 논의는 너무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뮬러 특검 수사가 먼저 끝나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민주당 초선인 라시다 탈리브 하원의원(미시간주)은 3월6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 탄핵 절차 시작을 위한 탄핵 결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전국의 시민·지지자들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선을 앞두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트럼프의 운명’은 북-미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3월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택할 수 있는 다섯 가지 주요 선택지를 언급하면서 “내년에는 미국 대선이 있다. 트럼프는 북한을 위해 내줄 시간이 별로 없고,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결과물 없는 회담을 여는 위험을 감수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이후를 기다리는 것은 진짜 큰 도박”이라며 “(재선 이후) 더 자신감 있는 트럼프 대통령 혹은 북한에 기꺼이 양보할 준비가 된 다른 (새) 대통령과 합의할 기회를 기다리는 건 기회비용을 치를 만큼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두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승부사 트럼프가 집권 이후 유일한 업적인 북한과의 평화 진전을 내세워 ‘외치’로 사면초가인 ‘내치’ 국면을 타개하려 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말은 역시 예측불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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