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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하이힐 좋아 신으며 왜 거부하냐고요?” 아름다움, 스스로 선택할 권리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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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높은 굽 신발)은 16세기 베네치아 여성들이 거리 오물을 피하고자 신었던 ‘초핀(Chopine, 쇼핀느)이 시초다. 이후 300여 년간 여성의 발을 혹사한 후 지금은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여성들이 고통을 참아가며 하이힐을 신는 건 선택이자 자유지만, 일본에서는 일부 기업이 착용을 강제하면서 여성들이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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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에 저항하는 여성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 사진= 쿠투 SNS 캡처


◆“하이힐 좋아 신으며 왜 거부하냐고요?”…사회가 강요 “여자는 뾰족구두 신어야”

하이힐은 여성의 선택이자 기호다. 이는 여성도 동의하고 아픔을 참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몇몇 기업에서 여성 직원의 복장을 규정하며 여기에 하이힐을 신도록 해 논란이 됐다. 특히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델업계 등에서는 하이힐 착용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됐다. 이로 인해 족부 고통과 발의 변형, 심한 경우 척추가 휘는 ‘척추후만증’으로 모델업계를 떠나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돋보이려고 신은 하이힐이 독이 돼 해를 입히는 꼴이다.

이에 여성들은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건 성차별’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조하는 일본 남성들도 “여성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 과거 버블경제기 가부장적인 생각이 지금껏 이어지는 줄 몰랐다”며 “신발마저 사회가 규정하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서는 ‘하이힐을 좋아하는 여성도 있지만 기업의 생산성을 위해서라도 하이힐 신는 규정을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발 통증이 업무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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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투 운동 포스터.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아름다움, 스스로 선택할 권리 “이쁨 강요 하이힐 거부한다”…‘#KuToo(이하 쿠투)’

‘#KuToo(이하 쿠투)’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쿠투 운동의 시작은 여성 모델 이시가와 유미가 지난 1월 소셜 미디어(SNS)에 “여성이 직장에서 하이힐을 신는 관행을 없애고 싶다”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확산됐다.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하루 앞둔 지난 7일에만 약 3만명이 동참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MeToo’ 운동을 참고로 이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하이힐의 고통에서 벗어나자”며 여성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시가와는 여성들의 뜻을 일본 후생노동성에 전달해 ‘기업의 하이힐 착용 규정을 금지하는 법안’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는 “쿠투 운동은 미투 폭로와 비슷한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지금껏 참기만 했을 뿐 ‘말할 수 없었다’는 여성들이 많았다. ‘고통을 강요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자’는 의견에 지지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좋아하면서 왜 그래”…인식 전환 필요

일본 여성들의 쿠투 운동은 한국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차이가 있다. 쿠투 운동은 ‘피해 또는 불편이 명확하거나 규정, 강제하는 실체가 있어 남성들의 이해와 공감을 끌어냈다. 단순 ‘불편하다’가 아닌 ‘기업, 업계 등의 강요에 불편하다’는 현실적 주장이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지금껏 누군가의 지시나 강요가 아닌 선택해 온 일’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시가와는 “영국의 사례처럼 사회 공감대가 형성돼 불필요한 규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2016년 한 여성이 하이힐 착용 규칙에 항의해 해고된 후 성차별적인 하이힐 착용을 금지하는 서명에 15만명이 동참해 남녀평등에 입각한 취업규칙이 제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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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착용으로 생긴 상처. 사진= 커뮤니티 캡처


◆여성들이 아픔 참아가며 하이힐 신는 이유

하이힐과 관련한 오해 중 ‘키 작은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하이힐은 종아리는 가늘게, 엉덩이는 뒤로, 가슴은 앞으로 나오게 하는 등 섹시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두다. 그러나 하이힐은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다리가 짧거나 비만한 여성이 하이힐을 잘못 신으면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족근부염좌’ △‘관절염’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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