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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연재] 중앙일보 '김식의 야구노트'

[김식의 야구노트] 프로야구 중계권료 620억…이젠 품질로 승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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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콘텐트 경쟁력 입증

경기력 저하·사회적 물의 위기

앞으로 2~3년이 ‘골든 타임’

중앙일보

KBO는 최근 통신/포털 컨소시엄과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손을 맞잡고 웃는 정운찬 KBO 총재(왼쪽)와 류대환 신임 사무총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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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달 25일 유무선(인터넷·모바일 등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 입찰에서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는 정운찬 KBO 총재가 1년 전 취임하면서 청사진으로 제시한 ‘KBO리그의 산업화’를 향한 첫걸음으로 평가할 만하다.

통신/포털 컨소시엄은 2+3년(2년 뒤 재협상)에 총액 1100억원(연평균 220억원)을 제시했다. 기술평가(40%)와 가격평가(60%)를 합산한 결과 96점을 획득, 방송사 컨소시엄(MBC스포츠플러스·KBSN·SBS 스포츠·SPOTV)을 압도했다.

이번 입찰은 철저하게 리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상파·케이블 TV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에 휘둘리지 않았다.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포털 컨소시엄 관계사인 KT 위즈,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등 3개 팀 단장은 평가위원에서 빠졌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현재 TV 중계권료는 연 4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연 100억원 수준이었던 뉴미디어 중계권료가 연 220억원까지 치솟았으니 TV 중계권료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입찰은 방송 콘텐트의 제작(방송사)과 유통(통신/포털)을 분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방송사가 독점했던 시장에서 리그 구성원(KT·LG·SK)의 계열사도 참여하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지상파 중계권 계약 외에 구단별로 케이블 채널과 계약한다. 뉴욕 양키스는 ‘YES Network’라는 자체 방송국을 운영하기도 한다.

뉴미디어 중계권 입찰은 KBO리그의 콘텐트가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그러나 올해 뉴미디어 중계권, 1년 후 TV 중계권 입찰은 KBO리그의 미래 가치로 보기 어렵다. 그걸 분명히 깨닫고 리그의 미래를 준비하는 게 KBO가 할 일이다.

1998년 IMF 금융 위기 이후 2005년까지 KBO리그 관중은 연 300만 명 수준이었다. 텅텅 빈 부산 사직구장 관중석에서 자장면을 시키면 정확히 자리로 배달됐다는 시절이다. 당시 KBO는 인기 회복을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8억원 수준(2006년)에 불과했던 뉴미디어 중계였다. TV가 아닌 인터넷으로도 야구를 볼 수 있는, 당시로서는 전혀 새로운 시장이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마구마구·슬러거 등 온라인 야구게임도 등장했다. 출시할 때는 게임업체조차 기대하지 못했지만, 온라인 야구게임은 큰 성공을 거뒀다. 구단과 선수의 실명으로 즐기는 게임을 통해 KBO리그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다. 선수들은 초상권·성명권 수입을 올렸다.

당시 KBOP 이사로서 마케팅 부문을 책임졌던 류대환 현 KBO 사무총장은 “뉴미디어 중계도, 게임업체와의 협력도 돈을 벌고자 시작한 건 아니다. 프로야구의 저변을 확대할 방법을 찾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와 팬의 접촉면이 늘어날수록 많은 스토리가 생겼다. 특유의 응원문화까지 더해지면서 KBO리그의 매력은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성과도 있었다. TV 시청률이 쑥쑥 오르기 시작했고, 뉴미디어 시장이 커졌다. 2009년부터는 연 60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이 몰렸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완성됐고,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800만 이상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 10년간 고도성장을 이어온 KBO리그의 상승세는 점차 꺾이고 있다. 구단이 늘어나면서 경기력은 떨어졌다. 적잖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음주·도박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구단은 막대한 연봉을 주면서도 선수 관리에 실패했다.

구본능 전임 총재가 KBO리그의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면, 정 총재에게는 ‘품질 개선’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지난달 정 총재가 임명한 류대환 사무총장은 “KBO리그의 신뢰와 가치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경기력 하락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KBO 스스로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과 올바른 투자가 필요하다. 중계권 수입도 유소년 야구 활성화,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재의 리더십이 흔들린 지난 1년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는 기간이었다. 이번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자 선정으로 하락 추세가 약간 바뀌었을 뿐이다. 앞으로 2~3년이 KBO리그의 ‘골든타임’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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