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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내 1호 영리병원, 허가 3개월 만에 취소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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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녹지병원, 개원 기한인 4일까지 업무 시작 안 해

‘외국인 한정 허가조건 취소’ 행정소송 결과 지켜봐야

경향신문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4일 청와대 앞에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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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국내 1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 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 녹지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 기한인 4일까지 문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원 기한을 지키지 않은 녹지병원에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전 청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의료법은 개설 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90일) 안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개설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녹지병원은 지난해 12월5일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제주도로부터 설립을 허가받았다. 개원 기한은 4일까지였으나 녹지병원은 여전히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제주도는 5일부터 청문 주재자를 선정하고 처분사전통지서를 교부하는 등 청문 절차에 돌입한다. 청문 절차는 한 달 안팎이 소요된다. 제주도는 청문 결과 등을 검토해 다음달 초쯤 최종적으로 허가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도는 이날 녹지병원 측에 개원 기한 연장을 승인하지 않은 이유, 개원 준비 상황에 대한 현장점검 기피 행위가 의료법 위반임을 알리는 공문도 각각 발송했다고 밝혔다. 녹지병원 측은 앞서 지난달 26일 개원 시한을 연장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제주도에 보냈다. 제주도는 “녹지병원 측은 개설 허가 전에는 제주도의 대안 마련 협의에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은 채 조속한 결정만 요구했고, 조건부 개설 허가 처분 후에는 병원 개원을 위한 실질적 준비 행위를 하지 않고 제주도와의 모든 협의를 일절 거부했다”며 “개원 기한 만료가 임박해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 것은 그간의 진행과정과 녹지병원의 자세를 볼 때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또 “지난달 27일 녹지병원 건물에 현장점검을 갔으나 병원 출입을 제한하며 점검을 거부했다”면서 “정당한 공무집행을 기피했고, 이 역시 개설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수많은 논란과 반발을 몰고 온 국내 첫 영리병원의 앞날은 개설 허가 3개월 만에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공론조사위원회의 ‘개설 불허’ 권고안에도 불구하고 녹지병원의 개설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국내 다른 병원과 달리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는 영리병원이라는 점에서 개설 허가에 따른 파장은 컸다.

전국 시민사회단체, 보건의료노조 등은 제주도청 앞에서 허가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영리병원철회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도 성명을 내고 “녹지병원의 개원은 제주의 작은 병원 하나가 문을 닫고 여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돈벌이 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적인 확산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리병원은 제주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에서도 개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범국민운동본부는 또 “부동산 회사인 녹지그룹이 제출한 병원 사업 경험 자료가 조례에 명시된 법적 요건에 맞지 않고 병원 부지와 건물은 가압류 상태라는 점에서 허가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며 “녹지병원의 개원 허가를 취소하고, 공공병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밝혔다.

녹지병원 측이 제기한 행정소송 결과도 변수다. 녹지병원 측은 지난달 14일 제주도가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한정해 개설 허가를 낸 것은 위법하다며 허가 조건을 취소해달라는 청구 소송을 제주지법에 냈다. 안 부지사는 “녹지병원 측이 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청문과는 별도로 법률 전담팀을 꾸려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투자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설립한 병원이다. 2017년 7월 47병상 규모로 건물이 준공됐고, 진료과목은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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