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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기업·PEF "중고차 사업은 알짜 먹거리" 그랜저·BMW 등록 1위…쏘렌토 잔존가치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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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생애 첫 차로 중고차를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이 모 씨. 이 씨는 중고차를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딜러들이 득실거리는 매매단지를 찾기는 망설여졌다. 그러나 지인으로부터 몇몇 업체를 소개받고는 중고차 구입 걱정이 싹 사라졌다. 자동차의 유지, 보수, 유통과 매각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컨설팅 업체부터 빅데이터 기반 시세 비교에 자체 상품화 공장을 갖춘 곳까지, 기존 중고차 시장의 선입견을 깬 업체들이 속속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주행거리 조작 등 부정적인 뉴스를 접할 때마다 중고차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제대로 된 판매 시스템을 갖춰 믿고 살 만한 업체들이 많이 생겨난 듯해 주변에도 중고차 구입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혔던 중고차 시장의 ‘환골탈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 판매자는 차량 결함을 잘 아는데 구매자는 정보가 없어 비싸게 속아 사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조지 애컬로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겉은 예쁜데 속은 신맛을 내는’ 레몬에 빗대 표현했다. 최근 중고차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 중이다. 대기업과 사모펀드 등 자본력을 갖춘 신규 사업자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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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플랫폼 사업자 영역 확장

▷전자상거래 업체도 곁눈질

중고차 시장 변화상을 이해하려면 중고차 거래의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중고차 거래는 크게 매매(오프라인 직접거래·온라인 플랫폼)와 매각(도·소매)으로 나뉜다. 대중적인 거래 행태가 오프라인 업체나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한 매매다. 오프라인 거래는 장안평자동차매매시장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사업은 ‘SK엔카닷컴’을 떠올리면 된다. 매각은 경매업체에 타던 차량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경매를 통한 중고차 매각과 입찰은 방대한 자동차 시세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수백 개 매매업체가 참여하는 일종의 완전경쟁 시장으로 자동차 지식에 밝지 않더라도 ‘뒤통수 맞을’ 염려가 없다.

최근 변화의 바람이 거센 곳은 온라인 플랫폼과 경매 등의 분야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규모의 경제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곳은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다. 지난 2월 13일 현대글로비스는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에서 벗어나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글로비스는 3월 14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에 ‘온라인 중고차 거래 관련 일체의 사업(제2조 49항)’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 의결한다.

현대글로비스는 2001년부터 중고차 도매 사업을 시작했지만 전국 3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중고차 업자를 대상으로 직접 매입한 중고차를 경매로 판매해왔다. 온라인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고객과의 거래 접점이 대폭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도 중고차 시장을 호시탐탐 노린다. 한 예로 올해부터 티몬은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시작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딜러 수수료와 광고비 등의 중간 마진 제거로 가격을 낮추고, 인증과 보증 서비스를 더해 신뢰 높은 중고차 거래 채널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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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사업 진출을 선언해 주목받는다. <현대글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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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속속 진출

▷오프라인 매매단지 변화 몸부림

사모펀드(PEF)도 뛰어들어 중고차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00년 설립돼 2016년까지 중고차 도매업에 주력하던 오토플러스가 단적인 예다. 이 회사는 2017년 4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부터 11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오토플러스는 기존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리테일 거래)로 사업 영역 확장을 모색하던 중 재무적 투자자의 자금 유치를 고민했고 서로 지향점이 일치해 경영의 ‘혈맥(血脈)’을 섞기로 했다.

통상 자동차 유통업계는 판매, 수리와 정비, 금융 서비스 등으로 분절된 형태가 많다. 오토플러스는 이 모든 과정을 아우른다. 신차와 중고차(리본카)를 판매하면서 수리와 금융 서비스(현대캐피탈)까지 한 방에 해결 가능하다. 특히 자체 중고차 인증 브랜드 ‘리본카’로 한 단계 도약을 노린다. 인천 청라지구에 세운 품질 인증 시스템 전문센터 ATC(Autoplus Trust Center)를 통해 품질을 인증한다는 점도 다르다.

앞서 지난해 4월 또 다른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케이카를 인수했다. SK그룹은 2017년 9월 국내 최대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 전문기업인 SK엔카오프라인사업부(직영)를 공개 매각했으며 이를 한앤컴퍼니가 인수했다. 온라인 중고차 유통 플랫폼 SK엔카닷컴은 SK엔카직영과는 별도 법인으로 운영 중이다.

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단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뒤따른다. 현대식 시설로 새 단장하고 레스토랑,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 매매단지가 속속 등장했다. 2017년 경기 용인시 기흥구 일대에 들어선 남서울오토허브는 약 1만대의 전시공간을 갖추고 있다. 남서울오토허브에는 복합쇼핑몰, 전문음식점, 휴게라운지, 컨벤션 웨딩홀, 각종 클리닉 등이 들어서 있어 쇼핑, 여가, 취미를 두루 즐길 수 있다.

2020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일대에 개장 예정인 도이치오토월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레스토랑, 키즈카페 등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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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트렌드 타고 고속성장

▷할부금융 무한경쟁 펼쳐질 듯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중고차 시장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이 두드러진 덕분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시장(이전등록건수) 규모는 377만여대로 신차의 2배에 달한다.

중고차 거래가 활발한 것은 ‘가성비’ 선호 트렌드에 기반한다. 최근 소비자들은 완성차 업체의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윤과 마케팅 비용 등 거품이 빠진 중고차를 선호하는 소비성향이 뚜렷하다. 기존 완성차의 품질이 개선돼 과거처럼 고장이 잦지 않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할부금융의 저변 확장은 중고차 시장의 양적 팽창을 불러온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캐피털 업계의 경쟁이 거세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이란 탄탄한 캡티브(captive·내부거래 시장) 시장을 등에 업고 이 분야 1위를 수성 중이다. 2위 사업자 KB캐피탈은 중고차 금융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며 현대캐피탈의 아성을 호시탐탐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차 유통업체도 할부금융시장 진출을 노린다. 중고차 판매와 유통만으로는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고차 업계의 판단이다. 중고차 판매가 매출 규모를 늘리는 데는 유리하지만 이익률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무른다. 여기에 캐피털 등 금융상품 판매를 접목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할부·리스 금리는 신차보다 평균 5% 이상 높다. 유통업체들이 기존에 갖추고 있는 AS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면 할부금융 이자에 더해 수년에 걸쳐 중고차 수리비까지 쏠쏠히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배경에서 중고차 업계 1위 케이카는 할부금융업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매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아왔지만 이 제도는 지난 2월 말 종료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대기업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전 선제적으로 할부금융 시장 진출을 물밑에서 검토하는 업체가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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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오프라인 중고차 매매단지는 레스토랑, 키즈카페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도이치모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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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등록대수 상위권

▷수입차는 ‘디젤게이트’ BMW 1위

중고차의 가장 큰 매력은 신차 대비 저렴한 가격이다. 보통 1년이 지난 중고 국산차는 20%대의 감가율을 보인다. 반면 같은 연식의 중고 수입차는 30% 정도 하락한다. 비싼 차 값 때문에 신차 구매를 주저했던 젊은 수요층이 중고차에 손품, 발품을 파는 이유다.

SK엔카닷컴에 의뢰해 2018년 SK엔카닷컴 홈페이지에 등록된 중고차 등록대수를 집계한 결과 국산차는 현대 그랜저HG, 수입차는 BMW 5시리즈가 가장 많았다. BMW는 잇단 ‘화재게이트’ 논란 탓에 중고차 시장을 찾는 차주가 많은 것으로 풀이됐다.

국산차 시장에서 그랜저HG는 지난 한 해에만 2만5628대가 등록됐다. 현대 그랜드 스타렉스(1만8680대), 기아 올 뉴 카니발(1만3543대)이 뒤를 이었다. 한국GM의 경차 모델인 쉐보레 스파크(1만1138대)가 6위를 차지,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10위 내에 이름을 올렸다. 중형 세단 중에서는 현대 YF쏘나타(1만252대)와 기아 K5(9816대)가 각각 7위, 9위를 차지했다. 현대차 대표 SUV 모델인 싼타페DM은 8716대가 등록돼 10위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국내 1위 자리를 다투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등록대수가 제일 많다. 수입차 등록대수 1위는 BMW 5시리즈(8660대). 벤츠 E클래스가 7624대 등록돼 5시리즈를 바짝 뒤쫓는다.

▶잔존가치로 본 인기 모델

▷제네시스 G80 ‘융숭한 대접’

중고차 고를 때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지표 중 하나가 잔존가치다. 잔존가치란 차량 구입 이후 감가상각을 빼고 남은 가치다. 한마디로 신차 대비 중고차 값이 얼마나 높은지를 살펴볼 수 있는 지표다. 잔존가치가 높고 감가율이 낮을수록 중고차 시장에서 ‘대접받는’ 차량이라는 의미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는 어떤 모델이 잔존가치가 높을까.

SK엔카닷컴에 따르면 신차로 판매된 지 3년이 지난 중고차(2016년식) 주요 차종 가운데 잔존가치가 가장 높은 모델은 기아차 올 뉴 쏘렌토다(2019년 2월 시세 기준). 올 뉴 쏘렌토 2.0 2WD 노블레스 모델의 잔존가치는 76.1%였다. 신차로 산 지 3년이 지났지만 차 값은 여전히 80% 가까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세단 중에서는 기아차 올 뉴 K7의 인기가 꾸준했다. 2.4 GDI 프레스티지 모델의 잔존가치는 74.2%로 2위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중고차 시장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는 차종이다. 제네시스 G80 3.3 GDI 럭셔리 모델의 잔존가치는 73.5%로 3위에 올랐다.

신차 시장의 인기를 반영하듯 대체로 SUV 차종의 잔존가치도 뛰어나다. 기아 스포티지 4세대 2.0 2WD 노블레스, 현대 올 뉴 투싼 1.7 2WD 모던, 현대 싼타페 더 프라임 2.0 2WD 프리미엄 등의 잔존가치가 70%를 웃돌았다.

국산차에 비해 수입차는 잔존가치가 낮다. 잔존가치가 50~60% 안팎에 그치는 모델이 많고 일부 차종 가격은 3년이 지나면 그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수입차의 경우 대부분 무상 AS 보증 기간이 3년이라 이 기간이 지나면 수리 비용이 급격히 오르기 때문이다.

수입차 중 잔존가치가 높은 대표적인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의 E클래스 E220d 아방가르드다. 신차로 나온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잔존가치가 78.5%나 된다. 이어 볼보의 XC90 2세대 D5 인스크립션 모델의 잔존가치가 76.8%로 2위를 기록했다. 렉서스 뉴 ES300h 슈프림, 레인지로버 이보크 2.0 TD4 SE, 올 뉴 어코드 2.4, 포드 익스플로러 2.3 리미티드 4WD 등이 60% 초반대 잔존가치를 보였다.

▶중고시장 나오자마자 팔리는 모델

▷가성비 ‘갑’ 경차 인기 상종가

차량 등록대수, 잔존가치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표로 회전율을 빼놓을 수 없다. 중고차 시장에 나오자마자 곧장 팔리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오랜 기간이 지나도 찬밥 신세인 모델도 적지 않다.

중고차 회전율에서는 기아차 경차 모델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주인을 가장 빨리 찾은 모델은 기아 뉴모닝 2010년식으로 평균 판매일수가 24.5일이었다. 이어 기아차 올 뉴 모닝 2012년식, 레이 2013년식이 평균 25일 걸려 판매됐다. 한국GM 쉐보레의 경차 모델인 스파크 2011년식 역시 평균 판매일수 27.7일로 상위권에 들었다. 모닝, 레이, 스파크 등은 국산 경차 스테디셀러 모델로 워낙 가격이 저렴해 가성비 측면에서 인기를 끈다는 분석이다.

세단 중에서는 현대 그랜저IG 2017년식과 아반떼AD 2017년식이 비교적 선전했다. 그랜저IG의 평균 판매일수는 27.14일로 집계됐다. 아반떼AD는 약 27.9일 걸려 판매됐다. 정리해보면 국산차 10위권에 오른 모델은 모두 판매일수가 30일 미만으로, 중고차 시장에 등장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팔려나갔다.

수입차는 국산차에 비해 잔존가치가 떨어질 뿐 아니라 판매일도 상대적으로 느렸다. 지난해 수입 중고차 시장에서 평균 판매일수가 가장 적은 모델은 아우디 뉴 A6였다. 2016년식이 28.4일 만에 팔려나갔다. 벤츠 E클래스의 인기도 탄탄했다. E클래스 W213 모델은 2016~2018년식 모두 한 달이 채 안 돼 팔렸다. SUV 중에서는 벤츠 GLC클래스 X253 2017년식이 평균 29일 걸려 판매됐고 포드 익스플로러 2015년식의 평균 판매일수는 32.3일로 나타났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 그래픽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97호 (2019.02.27~2019.03.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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