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단독] 판 커지는 넥슨 인수戰…글로벌 IT산업 `게임체인저`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와 토종 정보기술(IT)업체 간 대결 양상으로 전개돼온 넥슨 인수전에 아마존과 컴캐스트가 가세했다. 넥슨 인수전이 게임산업을 넘어 글로벌 IT 비즈니스 판도를 바꾸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본입찰이 예상되는 5월까지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아마존·컴캐스트 등 글로벌 IT업체, 넷마블·카카오 등 토종 IT업체, KKR·베인캐피털·MBK파트너스 등 글로벌 사모펀드 간 다양한 합종연횡이 전개될 전망이다.

27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알려진 곳 외에도 아마존·컴캐스트·EA 등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며 "아마존과 컴캐스트의 인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온라인서점에서 시작해 세계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서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미 넥슨의 주요 게임을 자사의 클라우드 전문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은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와 클라우드 기반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각 영역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연속으로 내리고 있다"며 "특히 클라우드 게임의 경우 아마존이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서비스, 콘텐츠 사업 다음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설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내년에 스트리밍 방식의 게임 플랫폼을 출시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개발사인 '게임스파크(GameSparks)'를 인수했고 관련 인력 채용을 늘리는 움직임도 있었다.

컴캐스트그룹이 유니버설을 통해 넥슨 인수전에 참여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컴캐스트그룹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케이블TV·방송회사이자 미국 1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로 가입자만 5400만명이 넘는다. 미디어·콘텐츠 기업 NBC유니버설과 드림웍스, 위성방송사 SKY,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컴캐스트그룹 소속이다.

컴캐스트는 25일 SK텔레콤과 함께 e스포츠게임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하면서 게임 관련 비즈니스 투자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터커 로버츠 컴캐스트 e스포츠 총괄은 "게임 콘텐츠와 미디어로 중계하는 e스포츠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게임 경쟁력이 뛰어난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컴캐스트 창업주 랠프 로버츠의 손자이기도 한 그는 컴캐스트에서 '오버워치' 게임단을 운영하며 e스포츠사업을 직접 이끌고 있다.

매일경제

컴캐스트가 넥슨을 인수하게 될 경우 게임사업 제휴를 맺은 SK텔레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컴캐스트가 그룹 산하에 있는 NBC유니버설, 드림웍스 등 콘텐츠 기업과 합작해 게임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SK텔레콤과 설립한 조인트벤처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e스포츠리그를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인수자 실사와 본입찰까지의 과정을 거치며 아마존 등 전략적 투자자(SI)와 KKR 등 재무적 투자자(FI) 간 합종연횡이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 최종 인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합종연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는 김정주 회장과 그의 부인인 유정현 감사가 보유한 NXC 지분 98.64% 중 상당 부분이 매물로 나왔다. 이 지분과 소액주주 지분을 함께 사야 해 최대 13조원 이상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SI나 FI 어느 누구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예비입찰에는 모두 따로따로 들어갔지만, 향후 본입찰까지는 인수 후보끼리 손을 잡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인수전의 최대 변수인 세계 최대 게임업체 중국 텐센트를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도 있을 전망이다. 텐센트는 넥슨 매출에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던전앤파이터' 등을 유통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넷마블, 카카오의 지분을 각각 17.7%, 6.7%(2018년 9월 기준) 보유한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한 IB 대표는 "인수 후보들이 텐센트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넥슨 인수 시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텐센트를 인수 연합군에 끌어들이든지 아니면 최소한 비즈니스 제휴 형태로 손을 잡고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시영 기자 / 이선희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