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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몸은 베트남 마음은 미국… 트럼프 죄어오는 ‘러시아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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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종료 임박

민주당 “수사 보고서 전체 공개하라” 압박

바 법무장관 “법 지키는 한 최대한 공개”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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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미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사이의 유착 의혹을 수사해온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하원을 장악한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흠집을 내기 위해 수사 결과 공개에 총공세를 펴고 있다.

24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법무부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 전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보고서 제출 명령을 감행할 계획이다. 애덤 시프 민주당 하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린 당연히 수사 보고서에 대한 제출을 명령하고, 뮬러 특검을 소환해 증언대에 세울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이 문제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도 이 보고서를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보고서의 일부라도 누락된다면, 새 법무장관의 업적은 더럽혀질 것”이라며 윌리엄 바 신임 법무장관을 향한 경고성 발언도 잊지 않았다. 바 장관은 뮬러 특검으로부터 보고서를 넘겨받아 직접 수사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인물이다. 시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정부와 어떤 유착도 없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도 보고서 공개를 지지할 것”이라는 논리도 내세웠다.

다른 민주당 의원들 역시 시프 위원장의 주장에 동조하며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은 CBS방송에 출연해 “양당 의원들은 2016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국민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했으며, 2020년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 역시 CNN방송에서 “국회의원들은 필요에 따라 모든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보고서 공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수사 결과가 갖고 있는 폭발성 때문이다. 지금껏 나온 러시아 공모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물론,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에 따라 대통령 탄핵 절차에도 착수할 수도 있다는 게 현지언론의 분석이다.

바 장관이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보인 모호한 처신도 문제가 됐다. “법을 어기지 않는 한 (보고서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바 장관은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개인 이메일을 이용한 혐의로 기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떤 사람을 기소하지 않을 거라면, 그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얘기해선 안 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WP는 바 장관의 이 같은 ‘소신 발언’으로 수사 보고서 공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법무부가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오랜 시간 유지해왔다는 데 있다. 이에 시프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6명은 지난 22일 바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통령이 기소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확보한 증거를 밝히지 않는 것은 정부부처의 정책을 은폐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측은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민주당이 지나치게 서두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트레이 고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증인은 단 한 사람도 없지만, ‘눈 세 개 달린 까마귀’ 시프만이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다”며 조롱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러시아 스캔들 문제만 물고 늘어진다면 결국 2020년 대선을 망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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