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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땐 "헌재 결정 존중하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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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당대표에 도전하는 황교안 후보가 22일 경기도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2019.2.2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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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에 도전한 황교안 후보가 23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에 치우친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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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를 앞둔 김진태(왼쪽부터), 오세훈, 황교안 당대표 후보자가 23일 서울 중구 MBN 사옥에서 열린 TV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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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후보는 이날 TV토론에서 오세훈 후보가 “태블릿PC 조작됐다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제 의견은 지난번 말했기 때문에 반복할 필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황 후보의 태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태블릿 PC 조작설을 단호히 끊지 못하는 황교안 후보는 제1야당 당 대표 자격이 없다. 태블릿 PC 진위 여부는 이미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법정에서 결론이 난 사안이다. 과학적 분석에 의한 법정 증거로 채택되었고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낱낱이 알려진 사실을 뒤집는 황 후보의 발언은 손으로 해를 가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판결에 대한 불복이며, 탄핵 불복인 동시에 대선 불복이다. 황 후보의 발언은 당심과 민심이 현격히 벌어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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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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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이철희 원내수석부대표도 황 후보가 태블릿PC 조작설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데 대해 “한심한 일이다. 법무부 장관까지 한 법률가가 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에 대해 대놓고 부정하는 건, 그거야말로 자기부정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탄핵을 부정하는 취지의 입장에 대해서도 “황교안 후보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때 낸 담화문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기모순이 심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황 후보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오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을 지적한 것이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오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내려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 국가입니다. 우리 모두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하겠습니다”고 밝혔다. 당시 황 권한대행은 “지금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승복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수용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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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017년 3월 10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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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황교안 전 총리는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탄핵 결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촛불을 한 번이라도 들었던 국민들은 이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촛불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이런 발칙한 발언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한국당 여상규 의원도 “황 후보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미 법원 판결까지 난 마당에 그런 의미 없는 얘길 한다는 게 황교안 후보답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은 “황 후보가 법조인 출신이면 그런 면에서 신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번 파문에 대해 “한국당이 미래를 향해 가야하는데 과거 이슈에 머물러 있어 안타깝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법조계에서도 황 후보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자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분이 탄핵 결정 내용과 결정적 증거를 부인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보수의 가치는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인데 이렇게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게 탄핵 이후 보수가 내세우는 새 비전인지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정치적 목적으로 그런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신중치 못하다. 지금과 같은 퇴행적 발언을 당장 그만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현ㆍ윤성민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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