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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제기구 진출 국민 800명 돌파… 文정부 들어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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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제기구 진출 늘었다곤 하지만 국력에 비해선 아직 부족 / 반기문, 이종욱, 임기택, 김종양, 강경화 등 선배들 '전통' 이어야 / "우리한테 '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ICJ 재판관 배출이 시급"

지난해 한국 국적자로서 유엔 사무국 등 국제기구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이 사상 처음 800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정부 들어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또 지원하는 가운데 가시적 성과가 도출된 셈이다. 다만 국제기구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위직은 아직까지 한국인의 등용이 드문 편이어서 더욱 분발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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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 현황. 자료=외교부


◆경제규모 감안하면 국제기구 진출 저조한 편

23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인은 총 85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 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은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480명이었던 것이 2014년 530명, 2015년 543명, 2016년 571명으로 비교적 서서히 늘었다.

그런데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제기구에 진출한 우리 국민은 769명으로 2016년과 비교해 무려 34.7%나 급증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역시 2017년보다 약 10.8% 늘어난 852명으로 단숨에 800명선을 돌파하고 역대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인원이 늘어났지만 우리와 경제규모 등 국력이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아직 국제기구에서의 ‘존재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교부 측은 “한국의 지난해 기준 유엔 분담률은 2.039%로 회원국 중 13위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유엔 분담률을 부담하는 국가들과 비교해 유엔 사무국 등에 우리 국민이 진출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기구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고위직 진출이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제기구에서 ‘고위직’이라 함은 임명직 및 선출직을 다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통 국장(director)급 이상 사무국 직원, 이사회 및 위원회의 의장 또는 이사나 위원, 각종 국제재판소 재판관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고위직의 경우 박근혜정부 임기 중반인 2015년 50명까지 올라섰다가 2016년 30명, 다시 2017년 26명으로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문재인정부 들어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해 33명으로 대폭 늘며 반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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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임기택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김종양 인터폴 총재.


◆한국인 자존심 드높인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사실 한국은 2017년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2006년 세상을 떠난 고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비롯해 그간 국제기구에서 다수의 고위직을 배출했다. 특히 반 전 총장은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 첫 임기를 2008년 시작해 국제평화 건설의 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2013년 재선에 성공, 한국인의 자존심을 드높였다.

지금도 국제기구 수장으로 재직 중인 한국인이 있다. WHO와 마찬가지로 유엔 산하 전문기구들 중 하나인 국제해사기구(IMO)는 2016년 이래 한국인 임기택 사무총장이 맡고 있다.

흔히 ‘인터폴’로 불리는 국제형사경찰기구(ICPO) 수장 역시 지난해 김종양 선임부총재가 일약 총재로 올라서면서 한국은 인터폴을 주도하는 국가가 됐다.

강경화 현 외교부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유엔 사무차장보 등을 지낸 국제기구 출신이다. 그는 현재까지 유엔에서 한국 여성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유엔의 경우 2014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유엔 특별보고관에 임명된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현직에 있다.

이밖에 국제노동기구(ILO) 이상헌 고용정책국장,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조현찬 아·태지역 인프라·자원개발국장, WB 소재향 지속가능개발 및 유엔 담당 수석자문관, WB 추흥식 투자운용국장, 국제통화기금(IMF) 이창용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 등이 국제기구 고위직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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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권오곤 전 옛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부소장.


◆'세계의 법정' ICJ에서 日과 달리 존재감 없는 韓

국제기구 가운데 국제재판소는 비교적 한국인의 진출이 활발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송상현 전 소장은 2003년부터 ICC 재판관으로 활동하다가 2009년 3년 임기의 소장으로 선임돼 한 차례 연임하고 2015년 퇴임했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2011∼2016년 옛 유고슬라비아국제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으로 근무했다. 2008~2011년에는 ICTY 부소장을 역임했다.

백진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 소장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ITLOS 재판관으로 뽑힌 그는 오는 2023년까지 재판관 직무를 수행한다. 2017년에는 3년 임기의 소장에 당선돼 현재 ITLOS를 이끌고 있다.

백 소장 전임자는 고 박춘호 전 고려대 석좌교수다. 1996년부터 ITLOS 재판관으로 재직하던 박 전 석좌교수가 2009년 사망하면서 생긴 빈 자리를 백 소장이 이어받았다.

다만 국제재판소 중 가장 권위가 있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아직까지 한국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1976년부터 30년 넘게 ICJ 재판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독도 영유권이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등 문제를 놓고 일본이 “ICJ로 가져가 법대로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다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국제학회 총회 참석차 귀국한 백진현 ITLOS 소장은 “국제기구 최고위층에 한국인의 진출이 있었지만 실무진과 중견 간부층에서는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국제기구로 진출해 경력을 쌓고 성장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애국이고 또 국익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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