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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소·주·성' 2년, 최하위 20% 소득 6년 전으로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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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위 20% 계층소득, 지난 1년동안 월 평균 30만원 감소
근로소득, 분기 평균 20%이상 줄어…"최저임금 인상 충격"
"경제구조 개선된 게 아니라, 과거로 퇴행했다" 지적 나와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2년 가량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6년전인 2012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최저임금 16.4% 인상 등 과속(過速) 정책으로 단순 일용직과 같은 서비스 부문의 취약계층 일자리가 대폭 줄어든 여파가 저소득층의 소득과 생활 수준을 후퇴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소득 1분위 계층의 근로소득은 9년전인 2009년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유발된 소득감소는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 하위 10%는 전체소득의 4분의 1이 감소했고, 근로소득은 절반 가량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10%는 근로소득이 20% 가량 늘면서 전체 소득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경기를 살아나게 만들어 경제성장의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취약계층의 생활 수준을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경제구조를 만든 것 아닌 것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소득 1분위 월평균 123만원 벌어…2012년 상반기로 후퇴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4분기 1분위 전체 소득 123만8200만원(명목기준·월 평균)은 지난 2012년 1분기(120만9200원)보다는 많고 같은해 2분기(127만5900원)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소득액은 물가변동으로 인한 구매력 증감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 소득수준은 2012년보다 후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가계소득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이 늘어나면서 경제규모가 커지면 가계 몫으로 돌아가는 소득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이후 한국 경제 연 평균 2.5~3.0% 성장했기 때문에 가계 소득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이는 것이 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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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최하위 20%(1분위)의 전체소득과 근로소득 추이 (단위 : 원,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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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역대 정부가 취약계층 소득지원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에 소득 최하위 계층인 1분위의 소득은 성장률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었다. 실제로 1분위 계층의 소득은 2012년부터 2015년말까지 분기평균 6%씩 증가했다. 2016년부터 증가율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2017년 2분기에는 1분위 소득이 143만4000원으로 2012년 1분기에 비해 23만원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1분위 소득은 문재인 정부 집권 후인 2017년 4분기 150만4800원까지 증가한 후 급격하게 줄었다.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난해 1분기(128만6700원) 부터 푹 꺼진 1분위 소득은 2분기 132만4900원, 3분기 131만7500원으로 등락하다가 4분기에는 123만원까지 후퇴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들어 최하위 20% 계층의 소득이 월 평균 30만원이나 줄어들었다는 것을 이 통계는 보여주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며 노인들에 대한 기초연금 지급액을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리고, 9세 미만 아동(소득 하위 90%까지)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했지만, 최하위 계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정부 지원이 늘었지만, 저소득층이 소득 증가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득 최하위 20%와 달리 소득 상위 20%인 5분위 소득은 2012년 1분기 810만원 수준에서 지난해 4분기 930만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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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용노동부관악지청에서 실업급여 신청자들이 설명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기다리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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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상승發 근로소득 급감이 소득분배 악화 요인"

1분위 소득의 급격한 후퇴는 주로 최저임금 인상 충격으로 근로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서비스 부문이 단순 일용직 일자리가 줄면서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이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취약 계층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소득 1분위 중 무직가구 비중은 지난 2017년 4분기 43.6%에서 지난해 4분기 55.7%로 12.1%포인트(p) 급증했다.

이로 인해 1분위 근로소득은 지난해 분기 당 평균 전년비 22.5%씩 급감했다. 2017년 4분기 68만1300원이었던 1분위 근로소득은 작년 4분기에는 전년비 36.8% 감소한 43만원으로 후퇴했다. 1분위 근로소득이 40만원대 초반이었던 시기는 2009년 1분기(42만7000원), 2분기(45만6000원)이 마지막이었다. 최하위 20%의 근로소득이 9년전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득 감소폭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별 계층 구분을 10분위로 나눈 통계를 보면 최하위 10%는 지난해 4분기 전체 소득이 24.7% 감소했다. 근로소득은 47%나 줄었다. 소득 하위 10~20%는 -13.3%, 하위 20~30%는 -7.2%, 하위 30~40%는 -2.8%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이와 달리 소득 상위 10~20%는 소득이 6.6% 증가했고, 소득 최상위 10%는 전체 소득이 12.9% 증가했는데, 근로소득은 20% 넘게 늘어났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최근 소득관련 통계는 최저임금 수준을 시장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생산성이 낮은 취약계층 일자리 양(量)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저소득층 소득기반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제학 이론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이 경제구조를 질(質)적으로 개선시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 상황를 빈부격차가 극심했던 과거로 돌려놨다는 이야기가 나올만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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