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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AI가 軍 지휘·통제하는 시대 오나… 한국도 ‘무모한 기술’ 개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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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옛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스푸트니크 1호였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에서는 소련을 압도하고 있다고 믿었던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스푸트니크 쇼크’(shock)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놀란 미국은 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시로 이듬해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고등연구계획국)를 설립했다. 오늘날 ‘DARPA’(Defense 〃,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전신이다. ‘적의 기술적 진보에 놀라지 않고 적을 기술적 진보로 놀라게 한다’는 설립 취지처럼 미국은 이후 기술주도형 연구개발을 통해 획기적인 국방기술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냉전 시대 소련의 핵 공격에도 컴퓨터를 서로 연결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통신망인 ‘알파넷’(ARPANET)이 개발됐고, 이는 오늘날 인터넷의 시초가 됐다. 또 위치추적 위성을 활용해 핵잠수함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했던 GPS 기술은 추후 위성기반 항법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 탄소섬유 등의 혁신적인 기술도 DARPA에서 나왔고, 목표를 따라가는 유도탄환, 아이언맨 수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전술공격경량작전복도 개발이 상당히 진행됐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과제에도 과감히 투자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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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 및 중력 변화를 감지해 위치를 추적하는 ‘양자 센서 기반 잠수함 위치추적’ 기술. 방사청 제공


우리나라도 DARPA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한국형 DARPA’로 불리는 ‘미래도전기술 개발사업’이다.

방위사업청은 미래도전기술 개발사업의 추진 근거 및 절차 등을 포함한 ‘핵심기술 연구개발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2일 밝혔다. 방사청에 따르면 기존의 국방기술개발 체계는 복잡한 기술기획 절차를 거쳐야 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에는 어려웠다. 한국형 DARPA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기술변화에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롭고 도전적인 기술개발도 가능해진다는 것이 방사청의 설명이다.

방사청이 이날 예시로 제시한 미래도전 기술은 흥미롭다. 여러 전시 상황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이 지휘관 대신 군을 지휘·통제할 수 있는 ‘AI 기반 지휘통제체계’,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자기장 및 중력 변화를 감지해 위치를 추적하는 ‘양자 센서 기반 잠수함 위치추적’, 바닷물을 산화제로 사용해 잠수함, 어뢰 등의 추진 효율을 향상시키는 ‘해수흡입 추진기’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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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을 산화제로 사용해 잠수함, 어뢰 등의 추진 효율을 향상시키는 ‘해수흡입 추진기’. 방사청 제공


방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존의 기술을 보완하고 발전하는 연구개발에 치우쳤다면, 미래도전기술 개발사업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혁신 국방기술, 즉 불가능해 보이는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산학연 위주로 미래도전기술 공모를 받기 때문에 훨씬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다음 달 중 공고할 예정”고 말했다.

지난해 69억원의 예산으로 시범사업 형태로 처음 운영됐던 미래도전기술 개발사업에는 올해 200억원이 투입된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현 국방기술개발은 무기체계 소요에 연동되다 보니 도전적인 기술개발이 어려운 구조였다”면서 “앞으로는 혁신적인 기술이 무기체계 소요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미래도전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민간의 우수한 연구 인력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국방연구개발 분야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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