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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박근혜 덫' 빠진 黃…개혁보수·태극기부대 안으려다가 '황설수설'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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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탄핵의 정당성 여부는 이제 역사에 맡기고,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그로부터 11일 뒤 한국당 전당대회는 ‘박근혜 탄핵’에 발목 잡혀 한 발자국도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탄핵을 극복하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탄핵은 무효”라는 한국당 김진태 의원에 끼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탄핵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태극기부대’와 ‘개혁보수’ 모두를 아우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라는 태생적 한계라는 분석이다.

세계일보

22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黃, “탄핵 절차적 문제 있어”→“헌법재판소 판단 존중”… ‘황설수설’, ’황세모’

지난 19일 TV조선에서 개최한 한국당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서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어쩔 수 없었다‘는 ’OX’ 질문에 ‘X‘를 들었다. 그는 “객관성이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정치적인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쉽사리 탄핵 결정을 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형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진행 중에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서는 절차적 문제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22일 열린 수도권·강원권 합동연설회에서 황 전 총리를 겨냥해 “탄핵총리임에도 탄핵을 부정하는 오락가락, 우유부단한 대표로는 내년 총선 필패”라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열린 KBS TV 토론회에서 “황 후보 별명이 ‘황세모’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어떻게 이런 난국에 (황 전 총리가) 야당 당원을 전부 리드를 해서 대여투쟁 선봉에 설 수 있겠나”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물증이 된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주장에 대한 황 전 총리의 입장을 되물었다. 황 전 총리는 “이미 조사가 많이 된 부분이 있었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 해서 재판이 되는 걸로 안다”며 “조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태블릿PC 조작설을 인정하고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황 전 총리의 발언은 ‘통합’을 중시하며 모호한 발언으로 넘어가던 기존 입장과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해온 태극기부대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세계일보

22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황교안 당 대표 후보자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탄핵총리’라는 태생적 한계…당선 후 ‘박근혜’ 그늘 극복 여부에 달려

대세론으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황 전 총리의 캠프는 전대 막판에 터진 ‘박근혜 덫’에 곤혹스러운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태블릿PC’ 조작설을 인정한 황 전 총리의 근거에 대해서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여론의 지지세를 얻은 황 전 총리에게 박 전 대통령은 넘어서야 할 과제다. 한 한국당 의원은 “황 전 총리는 친박과 비박 모두에게 빚이 없어 행보에 제약이 없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총리이기 때문에 오른쪽으로는 태극기부대를 품에 안으면서 동시에 인적 쇄신으로 탄핵 이후 보수 통합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CBS 뉴스쇼에 출연해 “(황 전 총리는)탄핵 총리였던 사람이라 박근혜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며 “그런 당이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나. 어차피 오래가지 못한다. 총선 전에 대표 역할을 끝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탄핵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당이 전대와 5·18 망언으로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며 “차기 당 대표는 극우성향의 소수가 내는 목소리 보다 침묵하는 다수의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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