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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게임으로 보는 증시]게임 공룡 EA도 피하지 못한 '정치적 올바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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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시리즈 배틀필드, '정치적 올바름' 논란 휩싸여

소더런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마라" 발언 구설수

배틀필드 판매량 예상치 하회하며 주가도 출렁

이데일리

EA CI(출처=EA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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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EA Sports. It‘s in the Game”

게임을 즐기는 사람에게 성우 앤드루 앤서니가 읊조리는 이 문구는 매우 친숙하다.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EA)의 스포츠 게임 부문인 EA 스포츠의 인트로로, EA스포츠 게임을 시작하기 전 한 번씩은 앤서니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A스포츠의 축구게임 FIFA 온라인이 큰 인기를 끌던 시절엔 PC방에서는 앤서니의 목소리가 수없이 울러 퍼졌다.

◇게임 업계의 대식가 EA

EA는 1982년 애플에서 근무하던 트립 호킨스가 설립한 미국의 거대 비디오 게임 제작 및 유통사다. 스포츠 게임인 FIFA 시리 뿐 아니라 레이싱 게임인 니드포스피드, 1인칭 슈팅게임(FPS) 배틀필드 시리즈,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 시리즈, 도시경영 시뮬레이션 심시티 시리즈 등을 제작·유통하고 있다.

다양한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EA에 대한 게임 유저들의 평판은 좋지 않다. 개성이 뛰어난 중소급 게임사를 인수한 뒤 적당히 수익을 올리다 구조조정을 이유로 게임 관련 지적재산권(IP)를 포함해 해당 회사를 해체하기 때문. 특히 EA에 인수된 게임사들이 내놓는 후속작이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많아 게임 유저들은 EA의 뜻이 ‘Eat All(모든 것을 먹어치우다)’이라고 비꼬고 있다.

◇배틀필드V, ‘정치적 올바름’ 논란 휩싸여

명작 FPS 시리즈라 평가받던 배틀필드 시리즈도 소위 말하는 ‘EA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본래 배틀필드 시리즈는 스웨덴 게임업체 ‘디지털 일루전 CE’(DICE)가 개발해 왔으며 시리즈마다 혁신적인 게임 그래픽과 뛰어난 프로그램 최적화로 게임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DICE는 2006년 EA에 합병됐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배틀필드V 트레일러가 공개되면서 게임 커뮤니티는 아수라장이 됐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레일러에 등장하는 의수를 착용한 여성 캐릭터가 있었다. 게임의 배경인 제2차 세계대전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굳이 의수를 착용한 여성 병사를 등장시킨 것은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은 인종이나 민족, 종교, 성별 등에서의 편견을 배제하자는 사회운동이다.

결국 낮은 게임 완성도와 불필요한 정치적 올바름 수용은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 EA는 지난해 8월 29일 2018년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연매출 추정치를 55억 달러에서 52억 달러로 크게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환율 변동 등의 영향이 원인으로 제기됐지만 시장 전문가들 중에서는 신작 배틀필드V가 논란 속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29일 128달러던 EA 주가는 30일 115달러로 10% 이상 떨어졌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EA 주가는 다시금 지난 2월 6일 다시금 절벽을 맞이했다. 전 거래일인 5일 EA는 2018년 4분기 실적발표를 진행했다. EA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1% 상승한 12억 89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 역시 2억6200만 달러를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EA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패트릭 소더런드가 정치적 올바름 논란에 “여성의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누구든 게임을 사지 않는 것을 환영한다”고 받아쳤던 것이 현실이 됐던 것.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할 배틀필드V는 당초 판매 예상치보다 100만장 적은 약 730만 장에 그친 점이 주가에 반영됐다. 5일 9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실적발표 다음 날인 6일 8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에이팩스 레전드 흥행 기대감 vs 2019 콘텐츠 라인업 빈약

현재 EA 주가는 다시금 상승세로 돌아서며 안정감을 찾고 있다. ‘타이탄폴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배틀로얄 게임 ‘에이팩스 레전드’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서다. 에이팩스 레전드는 서비스 하루 만에 동시 접속자 60만 명을 기록했고 발매 일주일만에 전 세계에서 2500만 명의 유저를 모았다. 유명 배틀로얄 게임인 ‘포트나이트 배틀로얄’이 2000만 명의 유저를 모으는 데 2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반응이다.

다만 EA의 올해 콘텐츠 라인업에 대한 물음표는 여전히 존재한다. 티모시 오셔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 애널리스트는 “배틀필드5 관련 부적절한 발언으로부정적 여론이 커지며 ‘레드 데드 리뎀션2’,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4’ 등 경쟁 게임에 밀리고 있다”며 “EA는 FIFA 시리즈 등 스포츠 게임이 아닌 게임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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