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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찢어진 농구화에… 나이키 가슴 철렁, 주가도 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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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드래프트 1순위 윌리엄슨, 경기 30초만에 농구화 터져 부상

현역 선수 73%가 신는 나이키… 순식간에 시가총액 11억弗 증발

나이키의 찢어진 농구화 한 짝이 미국 주식시장까지 출렁이게 했다.

22일 미국 나이키의 주가가 1% 넘게 빠졌다. 시가 총액 약 11억달러(약 1조2370억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에어 조던' 브랜드를 필두로 전 세계 농구화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현역 NBA 선수 70% 이상이 사용하는 나이키를 휘청거리게 한 것은 한 대학 선수의 '찢어진 농구화'였다.

◇찢어진 농구화의 나비효과

주인공은 듀크대 1학년 자이언 윌리엄슨(19). 건장한 체격(키 2m, 몸무게 130㎏)에 자유투 라인에서 덩크슛을 시도할 정도로 압도적인 점프력과 스피드를 갖춰 '르브론 이후 최대 NBA 유망주'로 꼽힌다. 그는 오는 6월 NBA 드래프트 1순위가 유력하다.

윌리엄슨은 21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더럼에서 열린 듀크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전미대학농구리그(NCAA) 경기에 출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모교이고, 올해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듀크도 '코트의 신사' 그랜트 힐 등 수많은 NBA 스타를 배출했다. 미국 대학농구의 대표적인 라이벌 맞대결 티켓 값은 3500달러(약 400만원)까지 치솟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30초 만에 일이 났다. 윌리엄슨이 드리블을 하다 갑자기 넘어졌다. 카메라에 밑창이 찢긴 왼쪽 농구화가 비쳤다. 윌리엄슨은 무릎을 쩔뚝이며 코트 밖으로 나갔고, 결국 듀크대가 72대88로 졌다. 검진 결과 윌리엄슨은 오른쪽 무릎을 살짝 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일보

그가 신은 농구화는 나이키가 폴 조지(29·오클라호마시티 선더) 브랜드로 제작한 100달러(약 11만원)짜리 'PG 2.5'제품. 사고 소식을 들은 폴 조지는 팀 훈련장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내가 자부심을 가져온 농구화에 뭐가 잘못됐는지 나이키에 빨리 알아보라고 했다. 그가 빨리 낫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울상, 경쟁사는 방긋

나이키 농구화는 미국 보험업계도 술렁이게 했다. 미국 농구계는 2005년 '원앤드던(one and done)' 제도를 도입해 대학 무대에서 1년 이상 뛰어야 NBA에 데뷔할 수 있도록 했다. 윌리엄슨은 듀크대에서 뛰는 1년 동안 당할 부상에 대비해 드래프트 전체 16순위에 못 들면 800만달러(약 90억원), 선수 생활을 마감하면 최대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받는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NBA 드래프트 전체 5위 안에 뽑히면 4년간 연봉 1260만달러(약 140억원)를 받는다.

불량 농구화에 뿔난 팬들은 인터넷에서 패러디 잔치를 벌였다. 찢어진 슬리퍼를 나이키 신제품으로 소개하거나, 나이키의 슬로건 '저스트 두 잇(일단 해봐)'에 빗대 '저스트 글루 잇(일단 풀칠이나 해)'이란 유행어를 만들었다. 나이키에 맥 못 추던 경쟁사들은 입꼬리가 올라갔다. 푸마는 "윌리엄슨이 우리 제품을 신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라고 약 올렸고, "앞으로 윌리엄슨이 어느 회사의 농구화를 신겠느냐"는 온라인 도박사이트 베팅에선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제쳤다.

일부에선 이번 '찢어진 농구화' 최고 수혜자로 윌리엄슨을 꼽기도 한다. 부상이 가벼워 예정대로 드래프트에 참가할 경우, '가해자'인 나이키와 경쟁사인 아디다스, 언더아머, 푸마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쟁탈전에 나설 게 확실하다. 특히 불량 농구화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나이키의 입장이 가장 절박하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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