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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무튼, 주말] 제주에 할랄 식당 연 예멘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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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관광객들에 맛집 소문… 예멘 난민 손님엔 특별 할인

조선일보

예멘 난민이 요리하고 서빙하는 음식점 ‘와르다’의 요리. / 제주=안영 기자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직접 요리하고 서빙하는 할랄 음식점이 생겼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란 의미. 이슬람 율법에 따라 신도들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한 식품이 할랄 음식이다.

지난 19일 오후 제주도 제주시 삼도2동 한 골목 앞. 중앙로 상점가 복판에 1층짜리 식당 건물 한 채가 들어서 있다. 짙은 회색 건물 외벽엔 수국꽃 장식이 있고 전면 유리창으로 한눈에 실내가 들여다보인다. 20평(66㎡) 규모 식당, 다섯 테이블에 의자 스무 개가 놓여 있다. 가게 이름은 '와르다'. 아랍어로 '꽃'이라는 뜻이다. 예멘 난민들이 사장인 하민경(여·38)씨에게 붙여준 별명에서 유래했다.

한국무용 전공자인 하씨는 지난해 8월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에게 무상으로 숙소를 제공해왔다. 제주 북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30평(99㎡) 규모의 무용 연습실이었다. 이번 식당 개업은 그때의 인연. 함께 생활하던 사미 알바드니(23), 소개받은 셰프 모하메드 아민 알마마리(35)가 의기투합했다. 하씨는 유엔난민기구(UNHCR)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멘인들이 제주에서 정식 할랄 음식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식사를 못하고 있다는 이야길 듣고 주변의 도움을 얻어 문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메뉴는 한국인에게 익숙한 치킨·램 라이스를 비롯해 팔라펠(병아리콩을 갈아 동그랗게 말아 튀긴 것), 후무스(병아리콩을 곱게 갈아 올리브 오일을 올린 음식) 등 주요리와 아랍 홍차, 호브스(납작하게 생긴 발효 빵) 등 부메뉴를 판매한다. 예멘 난민에겐 특별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 주요리는 30%, 차나 빵 종류는 50% 할인. 마침 식당을 들른 한국인 관광객 최모(35)씨는 "제주에 아랍 음식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며 "도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맛집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법무부의 난민 심사 결과 제주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484명 가운데 2명이 난민법상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412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한시적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다.

[제주=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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