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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나를 찾는 여정에 동행한 ‘자유분방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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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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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 달링(드완다 와이즈)은 뉴욕 브루클린의 젊은 예술가다. 아름답고 당당하고 재능 넘치는 그녀에게는 애인도 많다. 그중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 애인은 자상하지만 보수적인 투자 전문가 제이미(리리크 벤트), 섹시한데 자아도취적인 아티스트 그리어(클리오 앤서니), 귀엽지만 철부지 같은 마스(앤서니 라모스) 등 세 남자다. 예술, 사랑, 섹스, 자유, 그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놀라는 이들을 동시에 만나면서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 애쓴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브루클린 거리를 걷던 중 느닷없이 맞닥뜨린 폭력은 놀라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She’s gotta have it)는 브루클린에 거주하는 놀라 달링이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1986년에 발표한 자신의 동명 영화를 직접 10부작 드라마로 옮겼다. 보수적인 레이건 시대에 흑인 여성 주인공의 섹스 오디세이를 통해 전복적 메시지를 던졌던 원작이, 트럼프 시대에 리메이크되면서 더욱 흥미로워졌다. 특히 그 당시 진보적인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남성 감독의 한계로 인해 지적받았던 문제점들을 이번 리메이크에서는 여성 작가들과 협업하며 개선하려 한 점도 돋보인다.

작품의 메시지는 첫 회만 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러 애인을 동시에 만나는 놀라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놀라는 그들의 관계를 다중시점 영화 <라쇼몽>에 빗대 이야기한다. “세 사람은 나를 다른 관점에서 보지만 누구도 내 본질과 인생을 통제할 순 없어요. 이곳에서 내 본질에 대해 알아가는 중이에요.” 그 본질 탐구의 여정은 먼저 부조리한 사회적 호명들을 거부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남들은 절 별종이라고 하지만 그 표현이 정말 싫어요. 사람을 한 단어로 규정할 수도 없고요”라고 이야기한 첫 장면부터 끔찍한 사건의 기억을 반영한 거리 캠페인까지, 놀라의 선언들은 결국 ‘흑인’이자 ‘여성’이기에 한층 억압적인 호명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놀라의 여정은 더 폭넓은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다. 가난한 흑인 여성 예술가로서 직면하는 성, 인종, 계급 문제는 기본이고, 브루클린 지역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예술의 상업화, 가족 해체, 아동·청소년 문제 등 현대 미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가 놀라의 시선을 통해 인화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가이자 사회적 비평가로 점점 성장하는 놀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큰 즐거움이다. 상반기에 돌아올 시즌2에서는 얼마나 더 예민해진 시선을 보여줄지 벌써 기다려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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