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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포토다큐] 투둑··· 봄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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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봄이 먼저 닿는 남도의 완도수목원. 꽃나무들이 봄의 전령처럼 여린 꽃눈을 달고 있다. 먼저 꽃을 피운 매화 꽃망울에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남녘에 봄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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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봄이 왔을까?

입춘과 경칩 사이, 남녘에서 이른 꽃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가만있어도 오는 봄이건만, 굳이 봄을 맞으러 나섰다. 발길이 향한 곳은 전남 완도수목원. 한반도 서남쪽에 있는 완도는 제주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봄이 닿는 곳이다. 수목원은 국내 최대 난대림 집단 자생지로도 알려져 있다.

숲을 이루고 있는 상록활엽수 사이에서 저마다 이름표를 단 꽃나무들이 봄의 전령인 듯 꽃망울을 밀어 올렸다. 서둘러 핀 매화나 가지 끝에 묵직하게 달린 목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작은 꽃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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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꽃망울에 빗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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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꽃의 색을 품은 목련 꽃눈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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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접사렌즈를 통해 꽃눈을 들여다봤다. 단단한 열매처럼 웅크린 것도, 갈라지고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있다. 몇몇은 새로 난 것의 상징처럼 보드라운 솜털을 둘렀다. 꽃의 색을 이미 지닌 것이 있는가 하면, 깊이 감춰 그 색을 짐작할 수 없는 꽃눈들도 있다. 문득, 꽃의 ‘최고의 순간’을 생각했다. 활짝 폈을 때가 아니라 어쩌면 이 작은 눈들이 터지는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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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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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닥나무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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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목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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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감각도 저절로 열리는 모양이다. 여린 눈이 터지는 그 미세한 소리가 들리는 듯해 귀를 쫑긋 세워본다. “투둑, 툭툭”. 때마침 내린 비가 이파리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서, ‘꽃눈이 터지는 소리는 저런 소리일까’했다. 바람결에 실려 온 비릿하고 순한 향기를 더듬다가 또 상상한다. ‘입에 넣어도 이런 맛일까’.

오감을 활짝 열어 꽃눈을 접했다. 순환하는 자연에 대한 경외에 이른다. 겨울을 딛고 어김없이 봄의 생명을 키워내는 그 힘 앞에 겸허해진다. 이 작은 꽃눈들은 3~4월이 지나며 저마다의 색과 향과 분위기를 지닌 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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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목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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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나무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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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터지기 시작한 가막살나무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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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남천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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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19일, 완도수목원 숲길에 부는 바람은 조금 차가웠다. 꽃을 시샘하는 날씨 탓이다. 그렇다고 손을 주머니 깊이 찔러 넣거나 몸을 움츠릴 정도는 아니었다. 뺨에 닿는 바람에 얼마만큼의 봄기운이 들었는지 눈을 감은 채 가늠해 보았다.

남도에는 봄이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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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이 터지며 노란 개나리꽃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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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을 품고 있는 진달래 꽃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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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꽃다리 꽃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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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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