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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미세먼지, 전 세계 '핫스폿(hotspot)'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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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일시적으로는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곳곳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쉽게 물러갈 것 같지가 않다. 우리나라가 3월 초까지는 계속해서 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계속해서 쌓이는 데다 국외 미세먼지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초미세먼지를 공식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나쁨(36㎍/㎥ 이상)' 일수가 연속적으로 가장 길게 이어진 것은 2018년 3월 23일부터 30일까지 8일 동안이다.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가 최장 '나쁨' 일수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석탄화력발전소는 여러 나라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발전 형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석탄화력발전소는 미세먼지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수은(Hg) 등 각종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발생원 가운데 하나인 것 또한 사실이다. 전기를 저렴하게 생산해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반면 각종 오염물질을 배출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 석탄화력발전소는 주로 어디에 있고 인류의 건강과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집중적으로 배출되는 지역인 '핫스폿(hotspot)'은 어디일까? 옆 나라인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있고 지구촌, 특히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스위스 연구팀이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 7,86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인류의 건강과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단순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각종 오염물질만을 분석한 것이 아니라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그리고 탄광부터 발전소까지 선박이나 철도 등을 이용해 석탄을 수송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특히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정확하게 산출하기 위해 각 발전소가 사용하는 석탄의 종류(무연탄, 역청탄, 아역청탄, 갈탄)와 발전소 시설의 기술 수준, 노후 정도까지도 고려했다. 석탄 종류나 시설의 수준 등에 따라 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선 아래 그림은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분포한 7,861기의 석탄화력발전소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다. 미국 동부와 중부 유럽, 인도, 그리고 중국 동부지역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적으로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지구촌에서 각종 오염물질과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는 이른바 '핫스폿(hotspot)'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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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은 주로 사람이 적게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한 반면 화력발전소는 대도시나 산업시설 주변에 있다 보니 수송은 불가피한 일이 된다. 석탄이 부족한 나라는 외국에서 수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석탄 수송 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아래 그림은 전 세계 석탄 수송 수단과 경로, 수송량을 보여준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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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나 유럽지역에서는 철도를 이용한 수송이 많지만 중국 등 동아이사 지역은 배를 이용한 해상 수송이 절대적인 상황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해상과 육상 물동량의 1/5 정도인 19%가 석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석탄의 66%는 해상을 통해 수송되는데 배를 통해 석탄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호주뿐 이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북미지역에서도 석탄을 수입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전 세계 석탄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먼 곳에서 실어오는 양이 많다 보니 수송 과정부터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석탄을 실어 나르는 수없이 많은 배가 서해상과 동중국해에서 내뿜는 각종 오염물질은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발전소에서 본격적으로 오염물질을 내뿜기 전부터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대륙에서 아무리 미세먼지를 측정한다 하더라도 이처럼 서해상에서 수많은 배가 내뿜고 있는 각종 오염물질은 관측에도 잡히지 않은 채 우리나라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에서 석탄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당연히 중국이다. 연구팀은 전 세계 석탄의 39%를 중국이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두 번째로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으로 전 세계 석탄의 19%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 다른 점은 중국은 많은 양을 수입하면서 해상 수송에 크게 의존하지만 미국은 내부에서 철도를 이용한 수송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는 인도다.

아래 그림은 각 국가의 석탄화력발전소가 1 kW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kg)을 나타난 것이다. 세계는 평균적으로 1 kWh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1.13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러시아와 폴란드, 독일은 미국이나 일본의 발전소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석탄을 채굴할 때와 운송할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까지 포함한 것이다. 특히 전체 발전량과 석탄 사용량을 고려할 때 중국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그림에서 좌우 폭이 가장 넓다). 이어 미국과 인도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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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이 인도를 주의 깊게 살펴본 이유는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발전소가 많이 있지만 러시아나 폴란드 등과 함께 석탄화력발전소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위 그림에서 붉은 점). 인도나 러시아 폴란드 발전소의 효율은 중국보다도 낮은 상태다. 노후 발전소가 많거나 발생하는 가스 처리 능력 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효율이 떨어지는 만큼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제외한 오염물질은 미세먼지와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수은(Hg) 등 다양하다. 특히 이 같은 오염물질은 온난화로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와는 달리 발전소 주변 수백 km에서 멀어도 수천 km 이내 지역에 집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특징이다. 당연히 '핫스폿'은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미국 동부와 중부 유럽, 인도, 그리고 중국 동부지역이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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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중국 동부지역의 '핫스폿'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양의 각종 오염물질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인도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것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발전소의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지구촌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하더라도 인류의 건강과 지구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면 줄여나가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한꺼번에 모든 석탄화력발전소의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우선 시설이 낡거나 효율이 떨어지고 각종 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소부터 적극적으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전 세계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또한 하지 말아야 한다.

저렴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또 지구 상에 앞으로 적어도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석탄이 매장돼 있다고 해서 계속해서 석탄화력발전소를 가동하고 건설하는 것은 지구촌에 재앙을 불러오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온실가스와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발전으로 대체하고 궁극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지만 지구촌의 '핫스폿'인 중국의 전환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나 중국을 위해서 뿐 아니라 전 세계 인류를 위한 중국의 결단이 절실하다.

<참고문헌>

* C. Oberschelp, S. Pfister, C. E. Raptis, S. Hellweg. Global emission hotspots of coal power generation. Nature Subtainability, 2019; 2(2): 113 DOI:10.1038/s41893-019-0221-6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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