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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팩트체크] "칼·창 휴대금지" 중국 동포 동네의 현수막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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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중앙일보

‘조선족 많이 사는 동네 근황’이라는 제목의 사진(왼쪽)이 SNS에 퍼지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서울 자양동 차이나타운의 2011년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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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조선족 많은 동네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칼‧창‧비수‧잭나이프 등의 흉기를 허가 없이 함부로 소지하거나 휴대하여서는 안 됩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 사진이 담겨 있다.

이 사진과 함께 ‘조선족’을 연관시킨 게시글은 30건 이상이 검색된다. 네티즌들은 “당연히 갖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 걸 조선족에게는 따로 알려줘야 하는 거냐. 무섭다” “저 현수막도 찢어져 있다. 창으로 찢은 것 아니냐” “저 동네는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플래카드를 제작한 광진경찰서에 확인한 결과, 사진 속 현수막이 걸린 장소는 중국 동포가 많이 사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차이나타운이 맞았다. 그러나 광진서는 “최근 제작된 현수막이 아니며 순찰을 하며 몇 번을 확인했지만, 현재는 해당 거리에 걸려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중국 동포를 겨냥한 현수막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광진서에 따르면 해당 플래카드는 불법무기 자진 신고 기간에 제작한 것이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플래카드에 적힌 칼‧잭나이프 등은 허가 없이 소지할 수 없다. 경찰은 2016년까지는 연 1회, 2017년부터는 연 2회 불법무기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며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있다.

중앙일보

22일 '조선족 많이 사는 동네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SNS에 돌고 있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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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서 관계자는 “기존 업체에 계속 플래카드 제작을 맡기다 보니 똑같은 문구를 계속 사용해 정확한 연도는 확인 불가하다”면서도 “플래카드 오른쪽에 담긴 ‘국민에게 책임을 다하는 희망의 경찰’은 2015~16년 경찰 캐치프레이즈다. 당시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차이나타운에 걸려 있어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똑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마포와 혜화경찰서에서도 건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디자인은 다르지만 똑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마포와 혜화 외에 용인동부, 수원서부경찰서에서도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생활안전과 관계자는 “노인분들이 모르고 잭나이프 등을 소지하는 경우가 있어 안내를 위해 일선 경찰서에 현수막 제작비용을 내려보내고 있다”며 “중국 동포 이야기는 네티즌이 끼워 맞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조선족 관련된 일이라고 오해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우기는 힘들다”며 “조선족 살인이나 범죄는 더 부각하는 등 언론에서 혐오를 조장하는 게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다문화가정이나 난민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보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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