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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미국 흑인 배우 “몸값 올리려 혐오범죄 자작극” 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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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국 드라마 '엠파이어'의 배우이자, 혐오범죄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주시 스몰렛이 21일(현지시간) 시카고의 쿡카운티 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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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기 드라마에 출연 중인 흑인배우가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 인종차별 혐오범죄 피해자가 됐다고 자작극을 벌이다 덜미가 잡혔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엠파이어’(Empire)에 출연 중인 배우 저시 스몰렛(36)이 촬영지 시카고에서 성소수자ㆍ흑인 혐오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 관심을 모은 지 약 한 달 만에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자작극임을 시인했다. 스몰렛은 이날 관련 수사를 벌인 시카고 경찰에 자진 출석해 허위 신고에 따른 사회적 혼란 초래 등 중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은 흑인 배우 스몰렛이 지난달 22일 "인종차별ㆍ성소수자 비하 욕설이 담긴 위협적 우편물을 받았다"며 첫 번째 신고를 했으나 이목을 끌지 못하자 일주일 후 두 남성에게 3,500달러(400만원)를 주고 폭행 자작극을 연출했다고 전했다. 존슨 경찰청장은 스몰렛이 공분을 불러 일으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몸값을 올리려 했다면서 "수사관들은 처음부터 의문을 가졌지만, 혐오범죄 피해 신고자는 조사가 일단락될 때까지 피해자로 보호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스몰렛은 지난달 29일 오전 2시쯤 시카고 도심 거리를 혼자 걷다 악의적인 혐오범죄의 피해자가 됐다고 신고했다. 그는 얼굴에 흉터를 입고 목에 밧줄이 감긴 채 인근 대형병원을 찾아가 경찰에 전화했다. 사건 공개와 함께 그의 말을 믿은 사회 각계 각층에서 성원과 격려가 쏟아졌다. 당시 스몰렛은 용의자들이 인종차별ㆍ성소수자 비하 욕설을 퍼부으며 폭력을 행사한 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쳤다고 주장해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확산됐다. 경찰은 지난 13일 사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에 등장하는 나이지리아계 남성 2명(25ㆍ27세)을 용의자로 체포해 조사를 벌인 끝에 스몰렛의 자작극 혐의를 포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스몰렛에게 “MAGA는 뭐가 되고, 당신의 인종주의적이고 위험한 발언으로 인해 모욕 당한 수 천만 미국인들은 뭐가 되는 건가”라고 물었다. 전날까지 스몰렛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했던 '엠파이어' 제작사 20세기 폭스TV와 폭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 공개를 거부했다.

한편 미국 검찰은 애초 용의선상에 올랐던 두 남성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대배심에서 증언한 사실 등을 고려해 기소하지 않을 방침이다.

손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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