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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뜬금없이 "5G경쟁" 강조…트럼프, 화웨이에 꼬리 내린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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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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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더 선진화된 기술을 막기보다는 경쟁을 통해 미국이 승리하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그는 "미국이 가능한 한 빨리 5세대(5G), 심지어 6G 기술을 (도입하길) 원한다"며 "이는 현 수준보다 훨씬 강력하고 빠르고 똑똑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기업들이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 특히 매우 흥미로운 기술의 세계에 관한 것에서 항상 리더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이란 제재 위반을 이유로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부회장)를 체포하고 주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보이콧을 촉구해온 초강경 자세에서 "뚜렷하게 완화적(noticeably more dovish)"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매체 CNBC는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더 유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 화웨이 전선이 실패했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도대체 트럼프 대통령조차 무너뜨리지 못한 화웨이의 힘은 무엇일까.


먼저 독일,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보이콧에 등을 돌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선두기업 화웨이를 배제한 채 자체 기술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경제적 이유와 함께 미국이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동맹국들에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 반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존재하지도 않는 6G까지 언급한 것은 5G기술의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기술력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역임한 데니스 와일더는 "자국 산업을 옹호하며 자부심을 표해온 대통령으로서는 미국 기술만으로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다는 데 분명 좌절했을 것"이라며 "반(反)세계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제에도 확실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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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최근 미국의 노골적인 화웨이 때리기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7일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화웨이 장비의 보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데 이어 독일 역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를 배제했던 뉴질랜드의 경우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직접 입장 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도 경쟁사 대비 20~3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 장비 선호가 뚜렷하다.


이날 화웨이는 캐나다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2500만캐나다달러까지 확대하고 일부 지식재산권을 남기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국들을 설득하기 위한 일종의 여론전에도 나섰다. 미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영국과 함께 앵글로색슨 계통의 정보협력체제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에 속하는 캐나다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요청한 화웨이 장비 배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주요국들은 그간 미국이 주장한 화웨이 장비의 보안위험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과 높은 기술 수준, 섣불리 미국의 배제 움직임에 동참했다가 중국 정부의 보복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해왔다. 한국 또한 과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주요 외신들은 대다수 국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첨단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미ㆍ중 신냉전의 일환이자 현재 진행 중인 무역협상의 주요 카드로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화웨이에 화해의 손짓을 내비치면서 다음 달 중 행정명령을 통해 미 기업들의 화웨이 및 ZTE(중흥) 장비 사용을 금지시키겠다는 방침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같은 일보후퇴 전략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갈등이 한창 고조됐던 지난해 중국 ZTE를 대상으로도 고강도 제재를 가했다가 돌연 해제한 바 있다.


이날 트윗이 터무니없는 엄포로 위기감을 끌어올린 후 당근책을 내미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FT는 트윗이 알려진 후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는 별개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화웨이 장비에 대한 안보 우려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만약 어떤 나라가 화웨이 장비를 채택하고 중대한 정보를 넣는다면 우리는 그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같은 날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법 상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도록 중국 정부가 강요할 수 없으며 그런 요청이 있다고 하더라도 화웨이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백도어(backdoor)는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는 장치를 가리킨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자사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해 기밀을 빼돌릴 것이라고 안보위험을 제기해왔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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