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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폭군' 티라노사우르스, 한때는 사슴크기 B급 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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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 "육식공룡 시아츠 미커로럼 사라지며 '기회의 창' 열어"

연합뉴스

T.렉스의 조상 모로스 인트레피두스 상상도
[Jorge Gonzalez 제공]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티라노사우르스(T.렉스)'는 백악기 말기에 다른 공룡을 공포에 떨게 한 '폭군'으로 알려졌지만, 사슴 크기의 작은 덩치에 기를 펴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 과학박물관의 수석 고생물학자 린제이 자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유타주 중부에서 발굴된 '모로스 인트레피두스(Moros intrepidus)' 화석에 대한 연구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실었다.

연구팀은 이빨과 뒷다리 등이 발견된 이 화석이 약 9천600만년 전에 살았던 T.렉스의 조상이라고 밝혔다.

학명도 T.렉스의 등장으로 이어진다는 의미에서 "파멸의 전조"라는 뜻을 담았다.

모로스의 몸길이는 꼬리까지 포함해 약 3m에 달하지만, 몸무게는 78㎏으로 성인 옆에 섰을 때 등이 엉덩이 근처에 있을 정도의 크기로 추정됐다. 약 7세 정도로 다 자란 성체에 가까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몸길이 13m에 7t에 달하는 육중한 몸을 가졌던 약 3천만년 뒤의 T.렉스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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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사우르스와 모로스 몸집 비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유튜브 화면 캡처]



모로스가 살던 시기에는 북미지역의 대표적 육식공룡인 알로사우루스 계열의 '시아츠 미커로럼(Siats Meekerorum)'이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던 때였다.

몸길이 12m에 4t에 달했던 시아츠 미커로럼 등 상위 포식자를 피해 다니며 사냥할 수 밖에 없었지만, 몸놀림이 빠르고 시각을 비롯한 감각기관도 탁월해 훌륭한 사냥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아츠를 비롯한 알로사우루스 계열의 공룡이 기후가 따뜻해지고 해수면이 오르는 등의 급격한 생태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의 길을 걸을 때 덩치를 키우며 최상위 포식자 자리에 오르게 된 것도 이런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육중한 몸집의 T.렉스 화석이 발견된 것이 8천100만년 전쯤인 것으로 볼 때 모로스에게 기회의 창이 열리고 T.렉스로 진화하기까지 1천500만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연구팀은 T.렉스의 몸집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커졌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몸집이 작은 T.렉스의 조상을 찾아 10여년간 발굴현장을 누볐으며, 결국 자노 박사가 이전에 시아츠 미커로럼 화석을 발견했던 곳에서 모로스의 화석도 찾아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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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스의 뒷다리 화석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유튜브 화면 캡처]



모로스의 화석을 통해 모로스가 살던 시기보다 3천만년 이전에 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것으로 드러나 북미대륙을 누볐던 T.렉스의 기원이 아시아라는 새로운 사실을 확인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자노 박사는 "T.렉스는 뼈까지 부수는 강력한 턱과 입체적 시각, 빠른 성장력, 육중한 몸집 등으로 공룡멸종 때까지 1천500만년 간 경쟁상대가 없는 폭군 공룡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알로사우루스의 멸종으로 기회의 창이 열려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하기 전까지는 백악기 말기 생태계에서 작고 보조적인 사냥꾼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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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대학 유튜브 화면 캡처]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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