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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아버지를 데려 가겠다” 또 발생한 ‘치매간병 비극’… 갈길 먼 ‘치매국가책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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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중 49.2%만 치매안심센터 등록

-75세 이상 노인 중 2%만 치매안심센터 찾아 ‘진단’

헤럴드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지난 20일 청주에서 아들(A씨)이 치매를 앓고 있던 아버지(B씨)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아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봐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이 남긴 유서에는 “아버지를 데려간다. 미안하다”고 쓰여 있었다.

치매노인을 둔 가정의 비극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시행하겠다고 밝힌 ‘치매국가책임제’는 아직 더디게만 움직인다.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인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지원을 받는 치매환자는 전체 치매환자(유병률 추산)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75세 이상 노인 중 치매안심센터에서 제공하는 치매진단을 받는 사람들은 2%에 불과하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보건 의료정책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만든 대선 공약 중 하나가 ‘치매국가책임제’여서 더 주목을 끌었다. 이 제도는 전국 256개의 시군구에 ‘치매안전센터’를 설치해 이들에 대한 그물망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치매 안전센터에 등록되면 센터 지역 내에 있는 사회복지사, 임상실험관리사 등이 치매환자들에 대한 면담, 심리치료 등을 지원한다. 치매 안전센터의 등록 대상은 75세 이상 노인들, 치매환자들, 독거 노인 등이다. 특히 센터는 치매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치매진단 우편을 일괄적으로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복지 그물망 안에 들어오지 못한 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치매환자들이 더 많다. 앞선 ‘청주 비극’ 역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청주 서원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따르면 아버지 B씨는 지난해 치매 확정 진단을 받았지만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환자다. 서원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치매환자들이 등록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는 치매 확진을 받은 환자들이 ‘그럴리가 없다’며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보건복지부를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치매안전센터에 등록된 치매환자는 전체 치매환자의 49.2%에 불과하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치매 유병률을 통해 추측한 2019년 치매 환자수 79만1120명 대비 치매안전센터에 등록된 환자 36만8801명의 비율이다.

특히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는 지난 한해 동안 552만명의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치매 진단을 받으라는 우편을 발송했지만 센터를 찾아 진단을 받은 노인들은 전체의 1.9%인 10만 7700명에 불과하다. 진단을 받은 10만 7700명 중 피매 확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절반이 넘는 5만3300명이다.

센터의 치매환자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e음과 치매안심센터의 연계도 아직 상황 진전이 지지부진하다. 행복e음에는 기초생활수급자나 고위험 군에 있는 노인들의 이력이 등록돼 있어, 치매안심센터가 이를 활용할 경우 등록률이 높아진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문제 때문에 아직 연계가 완료되지 않고 있다. 조만간,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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