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공부 잘하던 우리 아이, 왜 초등 3학년 되니 힘들어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정이 오늘 옷차림이 단아하네”
“선생님, 옷이 병 걸렸어요? 옷이 어떻게 다 나아요?”

위의 대화는 실제로 서울 동산초등학교에서 20년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재환 교사가 3학년 학생과 이야기하면서 겪었던 ‘웃픈’(웃기면서 슬픈) 일화이다.

‘단아하다’라는 어휘를 몰랐던 초등 3학년 학생이 전혀 다른 의미의 ‘다 나았다’로 알아들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아이의 귀여운 말실수쯤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다.

어휘력이 빈약한 아이는 빈약한 어휘를 통해 세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자신이 아는 어휘만큼만 자신의 세계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일상적인 대화에서 뿐만 아니라 수업시간에도 빈약한 어휘만큼 이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학업성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초등 3학년 늘어난 교과 공부, 어휘력으로 잡아라>라는 책을 발간한 송재환 교사는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이유를 ‘어휘력 부족’에서 찾았다. 특히 교과목이 갑작스럽게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초등 3학년을 어휘력 향상의 적기로 내다봤다.

초등 3학년 학생들에게 어휘력이 유독 중요한 이유와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다음은 송재환 교사와의 일문일답.

▲ 초등 3학년 공부의 핵심을 어휘력이라고 보는 이유는?
- 학생이나 부모들이 초등 3학년이 되면서 가장 충격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교과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2학년 때까지만 해도 교과목은 국어, 수학, 통합(바른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에 불과하다. 하지만 3학년이 되면 도덕,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영어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특히 교과서의 페이지 마다 어휘의 개수 역시 20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3학년이 되면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토로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는 결국 어휘력 문제가 빚어낸 결과이다.

▲ 어휘 습득의 결정적인 시기는?
-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어휘 습득도 때가 있다. 언어학자들은 10살이 되는 초등 3학년부터 어휘 습득의 최적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시기부터 어휘력이 빠르게 증가하다가 10살 전후로 1년에 5,000단어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를 놓치면 평생 어휘력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서울경제


▲ 학생들에게 어휘력이 중요한 이유는?
- 어느 한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하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offset’의 뜻을 ‘상쇄하다’라고 해석해 주었더니 상쇄의 뜻을 몰라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 국어교사는 ‘주옥같은 글’에서 학생들이 ‘주옥’의 뜻을 몰라 설명해줘야 했다고도 한다. 어휘력이 부족하니 수업시간에 교사가 하는 말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어휘력이 낮은 아이들은 어휘를 이해하는데도 애를 먹을 뿐만 아니라 이해하는 속도도 느리다. 그리고 이 같은 어휘력의 차이가 결국에는 수능성적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 어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는?
- 책읽기는 아이를 단번에 풍성한 어휘의 세계로 초대하는 초대권과 같다. 특히 일상어휘뿐만 아니라 희귀 어휘를 늘리는 방법은 오직 책읽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한 동물원, 박물관, 마트, 극장과 같은 곳에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며 개념공책이나 단어판 등을 만들어 재미있게 어휘를 익힐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좋다.

▲ 3학년 학생들의 각 과목별 학습법은?
- 국어 공부의 출발은 역시나 독서이다. 국어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일기를 꾸준히 쓰도록 해 쓰기 능력을 키우는 것도 필요하다. 수학은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이다. 수학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수학 핵심 어휘의 뜻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수, 분수, 소수, 삼각형, 사각형 등의 어휘부터 영단어처럼 암기하는 것이 좋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