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일회용컵 규제 반년 "법망 비웃듯 이중사용·종이컵 늘었다"…보증금 부활 '글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장에선 유리컵, 나갈때 일회용컵 옮겨 담아 '이중 사용'

재활용 쉽지 않지만 단속 대상 아닌 종이컵 사용 되레 증가

정부, 내년 보증금 부활 제도 추진…현장에선 우려 가득

아시아경제

서울의 한 관공서에 입주한 커피숍, 매장내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 사용은 여전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직원들이 매장에서 음용 여부를 묻고 머그컵에 제공, 테이크아웃일 경우에만 일회용컵에 담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에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테이크아웃하겠다고 일회용컵에 담아 놓고 매장에 앉는 '얌체 손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지켜보는 2시간동안 10명 중 9명이 남은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달라고 한 뒤 매장을 나갔다. 직원 최 모씨(23)는 "시내에 위치한 대형매장이다보니 환경부 규제 교육도 받고, 소비자들 의식도 많이 개선돼 현장에서 잡음은 거의 없다"며 "다만, 매장에 머무르던 손님이 머그컵을 쓰다 음료가 남으면 일회용컵에 옮겨담는 요구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매장에 있던 대학생 김지은(24) 씨는 "잠깐 실내에 앉았다가 갈 건 데도 유리컵에 주고, 다시 그걸 플라스틱컵에 담으니 비효율적"이라면서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한지 6개월 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매장 내에서 머그ㆍ유리컵을 쓰다 나갈 때 일회용컵에 옮겨담는 '이중 사용'이 빈번했고,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히려 또 다른 일회용품인 종이컵 사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아시아경제

서울의 한 관공서에 입주한 커피숍, 매장내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 사용은 여전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같은 날 인근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의 커피전문점에서는 따뜻한 음료가 대부분 종이컵에 제공됐다. 종이컵은 일회용품이지만 현행법상 단속 대상은 아니다.


점주 김 모(49) 씨는 "머그ㆍ유리컵 등 설거지 부담으로 '설거지옥(설거지+지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라면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해도 결국 사람이 다시 헹궈야 되고 인건비 부담에 종이컵을 쓰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방수 처리한 종이컵도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 현재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1% 안팎으로 추정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에 코팅처리(폴리에틸렌ㆍPE)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며 "종이컵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플라스틱컵과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아시아경제

한 커피전문점의 정리되지 않은 머그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으로 종이컵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일회용품 감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추가 규제도 추진한다. 내년부터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가져갈 때 컵 보증금을 내는 제도 부활을 검토 중인 것. 2008년 없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11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으로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가려면 돈을 내야한다.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커피전문점의 한 가맹점주는 "설거지가 쌓이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데 종이컵까지 사용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면서 "보증금 제도가 부활하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다회용컵 사용에 대한 정부 홍보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만 밀어붙이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 의식 개선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박하연(32) 씨는 "일회용컵 이용 시 돈을 더 내야 한다면 결국 가격인상인 셈"이라며 "귀찮은 사람들은 컵을 돌려주지 않고 보증금을 받지 않을텐데, 미환불 보증금은 어떻게 관리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